아카데미 탈/향[가라타니 고진 기획-연속 세미나1] 가라타니 고진이라는 아고라

2023-04-17


커리 및 진행방식

1주: 가라타니 고진(2009). 세계 위기 속의 어소시에이션・협동조합; (2010). “평화의 실현이야말로 세계혁명”; (2011). 반원전 활동이 일본을 변하게 한다. 녹생평론, 109; 115; 120. * 추가: 윤형근 편저(2013). (협동조합의 오래된 미래) 선구자들. 홍성: 그물코.

* 오리엔테이션 및 가라타니 입문 강의(+참석자 발제)

2~3주: 柄谷行人(2002). 日本精神分析. (가라타니 고진. 송태욱 역(2006). 일본정신의 기원―언어, 국가, 대의제 그리고 통화 (개정판). 서울: 이매진.) * 추가: 한형식(2010). 맑스주의 역사 강의: 유토피아 사회주의에서 아시아 공산주의까지. 서울: 그린비.

* 진행자 및 참석자 발제

4~5주: 인디고 연구소 기획(2015). 가능성의 중심: 가라타니 고진 인터뷰. 서울: 궁리. * 추가: 佐々木敦(2009). ニッポンの思想. (사사키 아쓰시. 송태욱 역(2010). 현대 일본 사상: 아사다 아키라에서 아즈마 히로키까지. 서울: 을유문화사.)

* 진행자 및 참석자 발제, 진행자 정리/보충 강의(+가라타니와 학문(철학/사회과학, 및 종교/연애)론 소개)


* 진행자

김상혁: 제3시대그리스도교 및 연세대 교육연구소 연구원. 대학 안팎의 학생자치 도서관, 협동조합 및 공동체, 대안금융 활동에 참여해오고 있다. 논문 「가라타니 고진의 사상체계에 있어서 발전의 양상과 주체의 의미에 관한 교육론적 고찰」(2018)로 학위 수여. 가라타니 고진 기념 논집인 『가능한 인문학』(2022, 비고)에 참여했으며, 그 외 관련 논문/서평/번역 등을 기고, 게재해왔다. 현재 가라타니 고진 저서의 번역/출간에도 참여하고 있다.


* 후속 세미나

세미나2: 가라타니와 ‘철학의 기원'=’학문의 종언’

세미나3: 가라타니와 칸트 그리고 비평=비판


개요(세미나1~3)

“2011년 3월 11일 도호쿠(東北)대지진과 후쿠시마원전사고가 있었고, 4월에 항의데모가 시작되었고 나도 데모에 참가했다. 그 시점에서 내가 깨달은 것은 소크라테스가 민회가 아닌 광장으로 간 것은 말하자면 데모를 하러 간 것과 같은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철학의 기원』, 13)


내가 가라타니 고진을 결정적으로 맞닥뜨린 것은 그 사상의 정점인 『세계사의 구조』 직후 출간된 『철학의 기원』을 통해서였다. 한국 최대의 학문론(장상호, 『학문과 교육』 서울대학교출판부』)을 접했던 나에게 그 책은 ‘학문의 기원’이었다. ‘무언가의 기원이 드러난다는 것은 그것의 종언을 의미’한다는 가라타니의 테제에 따라 ‘학문의 종언’, ‘근대학문의 종언’이기도 했다. 즉 그 종언은 단지, 그가 한국에 잘 알려진 방식대로, ‘문학’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 종언 테제는 어떤 면에선 “이미 표제(학문론, Wissenschaftslehre)로부터 보아—체계적으로 도출된 어떠한 학설(Lehre)이라도 곧 학문(Wissenschaft)이기 때문에—수확에 대한 기대를 거의 불러일으키지 않”(『트랜스크리틱』, 이신철 역, b, 155에서 재인용)는다는 칸트의, 피히테, ‘비판’으로부터 비롯된다.


“칸트의 ‘비판’이라는 말은 원래 영국의 헨리 홈이 쓴 『비평의 원리』에서 유래한 것이다 … “홈이 미학을 비판(비평)이라고 부른 것은 옳다. 미학은 판단을 규정하는 선천적 규칙을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논리학』, 서론) 홈은 미적 판단이란 보편성을 요구하는데 어느 누구도 보편적이라고 말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보편성이 가능할까 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칸트는 형이상학 일반에 대해 그 질문을 돌아보고 그것을 ‘Kritic’이라고 불렀다. 애초에 그것이 비평이라는 의미였던 것이다 … 칸트를 뒤흔들었던 것은 그가 명기한 흄의 회의론보다는 오히려 홈의 ‘비평’이었다고 해야 한다 … 메이지 이후의 … 문학비평이 칸트가 말하는 의미에서의 ‘비판=비평’이 된 것은 오히려 고바야시 히데오[小林秀雄]부터일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시기부터 철학분야에서 ‘비판 철학’이라는 번역어가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아마 철학자가 문학비평으로부터 스스로를 구별하고자 그렇게 사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히 철학과 문학의 싸움일 수는 없다. 어떤 의미에서 고바야시의 비평은 프랑스 철학이며, 그저 칸트 철학(관념론)이 지배하는 풍토에서 ‘비평’이라는 형태를 취했을 뿐이다. 1980년대 미국에서 비평이라는 용어가 쓰이게 된 것은, 문학과 철학의 경계를 그다지 갖지 않은 프랑스 철학적인 것이 철학이나 문학비평과 구별되어 ‘이론’이라고 불리게 된 사실과 유사한 것이다. 실제로 내가 해 온 일은 미국에서라면 ‘이론’이라 불릴 것이다… 마르크스의 『자본론—국민 경제학 비판』은 국민 경제학을 비판하는 새로운 학설(독트린)이 아니라 그에 대한 칸트적 비판(비평)이다 … ‘비평’은 무엇을 대상으로 하느냐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태도에 달려있다.” (『근대/현대 일본의 비평』, 7-9)


주로 문학비평가로 알려졌던 가라타니에게 이 ‘비평=비판(Kritik, critique/criticism)’의 의미는 피히테 이래의 ‘근대학문’과는 다른, 칸트와 더불어, 일본 비평 시조인 고바야시의 ‘비평=학문’(浜崎洋介(하마사키 요스케), 2015; 2017)의 계보에서도 이해되어야 한다. 당장 아시아·태평양 전쟁기 일본 군국주의에 저항한 지식인들은, 파시즘에 영합한 관념론 철학자들이 아닌, 문학비평가들이었다. 또한 일본의 학문은 아카데미 외부의 방대한 출판·비평계로부터도 지탱되고 있다. 가라타니에게 있어서 비평=비판이란 이렇게 근대학문과의 길항 속에서 전개되어 왔다.

이 ‘아카데미’의 기원으로서의 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근본적으로 아테네 ‘공동체’의 철학자들로부터 가라타니는 소크라테스를 구출한다. “소크라테스의 본령은 플라톤보다도 오히려 소크라테스의 직계 제자이자 키니코스학파를 창시한 안티스테네스나 그 제자 디오게네스와 같은 개인주의적이고 코즈모폴리턴적인 사상가에 의해 계승되고 있다.”(『철학의 기원』, 75-76) 또한 ‘소크라테스는, 지금의 튀르키예에 해당하는, 이오니아에서 시작된 자연철학을 ‘거스른’ 것이 아니라 그대로 ‘이어받았’다. 부족공동체로부터 비롯된 아테네의 남성 시민=데모스=민중의 지배 즉 ‘demo-cracy’와는 달리, ‘개인’을 전제로 하며 또 목적으로 하는 ‘연대’ 즉 자유와 평등이 공존하는 ‘무(無)지배’로서의 이소노미아(iso-nomia)(한나 아렌트)가 이오니아-자연철학의 실질적 기반이었다. 소크라테스는 바로 아테네의 데모크라시에서 이소노미아를 실현시키려 했다. 따라서 그는 ‘민회’가 아닌 “광장”으로 나아갔다. 거기엔 민중의 지배를 받는 노예·여성·외국인이 있었다.’(『철학의 기원』)

이것은 단지 ‘옛날’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의 한국에서 그들은 이주노동자·결혼이주여성·난민 그리고 장애인 등으로 상징될 것이다. 이오니아의 난민으로부터 비롯한 소피스트도 마찬가지다. 즉 ‘학문의 기원은 난민이자, 서구가 ‘구성’해낸 그리스가 아닌, 오늘날의 튀르키예다. 소크라테스는 그들과 오직 개인으로서만 ‘대화=연대’했다. 그것은 민회의 ‘연설=지배’와는 달랐다.’(ibid.)

가라타니의 소크라테스론은 이미 그 사상적 전기(前期)(『탐구1』)에서 그 맹아가 제시된다. 소크라테스-자연철학론은 주로 ‘보편종교’를 중심으로 제시되었던 그 사상 내부의 대안적 사례 중 ‘비종교적’인 것으로서 제시되었다. 그 ‘미시적’ 대안은 위 이소노미아를 그 사례로 삼는 어소시에이션(어소시아시옹, association)이다.

예를 들어 협동조합도 그 어소시에이션의 사례가 된다. 나 자신이 2008년을 전후로 한 협동조합운동과 ‘광우병 집회’ 그리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라는 「세계 위기 속의 어소시에이션・협동조합」(『녹색평론・통권 제109호』)의 실천적·이론적·이념적 의미로써 그의 글을 처음 맞닥뜨린 바 있다. 하지만 ‘이념’으로서의 협동조합과 ‘현실(체험)’로서의 협동조합은 다소 구별할 필요가 있다(세미나 1 참조). 이렇게,


"광장에 이르는 골목은 무수히 많다 … 어떤 경로로 광장에 이르렀건 그 경로는 문제될 것이 없다. 다만 그 길을 얼마나 열심히 보고 얼마나 열심히 사랑했느냐에 있다."(최인훈, 『광장』, 「1961년판 서문」 中)


‘철학, 문학, 미학, 언어학, 경제학, 정치학 그리고 동서고금을 넘나드는’(Berggruen Institute, 20221208) 가라타니—라는 아고라(광장)’에 이르는 골목은 무수히 많다.’ 이 세미나(1~3)에서는 내가 특별히 ‘사랑한’ 길(학문론-세미나2)과 더불어 그 광장에 이르는 몇 가지 주요 길목(협동조합・문학-비평 등)을 함께 다룬다.

그중 세미나1은, 자본과 국가 외, 공동체(네이션)도 그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없는(?) 시대의 고민과 ‘막다른 진로’를 제시하는, 가라타니 고진 사상에의 입문에 해당한다.


일정 및 장소

일시: 5월 10일부터 6월 7일 매주 수요일 19시

방식: 진행자의 강의 및 진행자/참석자의 발제로 진행됨

장소: 연구자의 집 R커먼즈 (마포구 동교로17안길 18, 2층) * 오프라인(온라인 병행: 장애인 및 수도권 외 참석자에 한함)

비용: 2만원 * 계좌: 하나은행 376-910014-70604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문의: 3era@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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