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로서의 자본주의> II. 『신이 된 시장』(The Market as God)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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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령진2022-05-28 15:05
안녕하세요. 강의 듣다 질문이 생겨 댓글 남깁니다. <<세속도시>>부터 <<신이 된 시장>>에 이르기까지 하비 콕스의 방법론에는 일관성이 있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 방법론이란 게 무엇인가요? 지속되는 문제의식(신성과 세속성의 관계?)을 토대로 세속사회를 연구하는 것 자체를 말씀하신 것일지 다른 방법론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최근 하비 콕스에 관심이 생겼는데 이런 강의를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ㅎㅎ 감사합니다!)

정용택2022-05-28 20:08
안녕하세요?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 정용택입니다. 강의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질문에 관해 답변을 드리면요. 아마 1강에서 간단히 언급한 것 같은데요.
이 강좌에서 다루는 하비 콕스의 최신작인 『신이 된 시장』(The Market as God, 2016/2018)에서 우리는 다양한 측면에서 오랜 세월이 걸려 콕스가 초기작이자 그의 출세작이며 아직까지도 대표작으로 남아 있는 현대의 고전 『세속도시』(The Secular City, 1965/2020)의 문제의식으로 돌아온, 심지어 그때보다 더욱 급진화된 태도로 컴백한 모습을 목격하게 됩니다.
우선 『세속도시』의 중심적 논점이 세속화가 사적・공적 삶에서 종교의 역할을 소멸시켰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이는 명확히 드러납니다.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의미의 종교, 즉 제도화된 형태의 종교들(그리스도교, 불교, 이슬람 등)이 의심의 여지 없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런 제도종교의 영향력은 현저하게 축소되었고, 대신에 종교가 차지했던 자리를 다른 것들이 대체했다는 것입니다(이는 또한 종교가 완벽히 세속화되는 수준을 넘어, 기의로서의 종교가 다른 기표와 결합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콕스에 따르면 종교는 이제 더 이상 “포괄적이며 위풍당당하게 개인과 우주의 가치 체계와 설명 체계를 제공”하지 않습니다(1965/2020, 3/18).
물론 콕스는 이러한 논점을 두 저작 사이에 놓여 있는 『세속도시의 종교』(Religion in the Secular City, 1984)에서 다소 수정된 형태로 제시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수정 역시 『세속도시』에서 제시했던 중심적인 논점 자체는 포기하지 않고 그렇게 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세속도시의 종교』에서도 콕스는 정치 종교의 귀환을 주목했지만, 그때의 귀환은 여전히 상당 부분 제한된 국지적 영역에 남아 있었습니다. 비록 종교학/신학이 다뤄야만 할 유력한 공적 힘으로서 종교가 정치 종교의 이름으로 귀환하고 있다 할지라도, 그러한 정치 종교는 적어도 서구 그리스도교 세계에서 종교(물론 그리스도교)가 과거에 한때 가졌던 것으로 추정되는 보편적 힘을 더 이상 갖고 있진 않다고 콕스는 주장합니다.
하지만 2016년에 발표한 『신이 된 시장』과 함께, 종교는 콕스의 세속화 신학에서, 혹은 세속화 신학이 바라보는 세계에서 다시 메인 스테이지를 차지하러 돌아옵니다. 콕스가 “시장”(대문자 The Market)을 독특한 신학을 가진 종교로서 규정하는 한에서 말이지요. 따라서, 적어도 『세속도시』에서 콕스는 한편으로 기의로서의 종교가 다른 기표와 결합되어 유사 종교로서 기능하고 있을지라도, 다른 한편으로 그 완전한 의미에서의 종교, 즉 세계 내에서 결정적인 세계관의 위상을 점하고 있다는 그런 의미에서의 종교(대문자 The Religion)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렇기에 오늘날 종교와 경쟁하는 “-주의들”(-isms)이 그 자체로 새롭게 종교를 구성하는 단계까지 도달하진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신이 된 시장』과 함께, 콕스는 시장이 신이고 그만의 독특한 종교를 구성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지요. 그런 면에서 저는 1960년대에 시작된 콕스의 세속화 신학이 2010년대 후반에 이르러, 즉 지난 반세기 동안의 현대 자본주의의 역사적 발전과 함께(자본의 자립화/물신화가 극단에 이른 금융화 시대의 도래와 함께) 일관성 있게 발전을 이룩한 것이라고 봅니다. 자본주의가 진화한 것에 발맞춰 콕스의 신학도 일관성 있게 진화한 것이라는 뜻입니다.
이 강좌에서 다루는 하비 콕스의 최신작인 『신이 된 시장』(The Market as God, 2016/2018)에서 우리는 다양한 측면에서 오랜 세월이 걸려 콕스가 초기작이자 그의 출세작이며 아직까지도 대표작으로 남아 있는 현대의 고전 『세속도시』(The Secular City, 1965/2020)의 문제의식으로 돌아온, 심지어 그때보다 더욱 급진화된 태도로 컴백한 모습을 목격하게 됩니다.
우선 『세속도시』의 중심적 논점이 세속화가 사적・공적 삶에서 종교의 역할을 소멸시켰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이는 명확히 드러납니다.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의미의 종교, 즉 제도화된 형태의 종교들(그리스도교, 불교, 이슬람 등)이 의심의 여지 없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런 제도종교의 영향력은 현저하게 축소되었고, 대신에 종교가 차지했던 자리를 다른 것들이 대체했다는 것입니다(이는 또한 종교가 완벽히 세속화되는 수준을 넘어, 기의로서의 종교가 다른 기표와 결합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콕스에 따르면 종교는 이제 더 이상 “포괄적이며 위풍당당하게 개인과 우주의 가치 체계와 설명 체계를 제공”하지 않습니다(1965/2020, 3/18).
물론 콕스는 이러한 논점을 두 저작 사이에 놓여 있는 『세속도시의 종교』(Religion in the Secular City, 1984)에서 다소 수정된 형태로 제시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수정 역시 『세속도시』에서 제시했던 중심적인 논점 자체는 포기하지 않고 그렇게 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세속도시의 종교』에서도 콕스는 정치 종교의 귀환을 주목했지만, 그때의 귀환은 여전히 상당 부분 제한된 국지적 영역에 남아 있었습니다. 비록 종교학/신학이 다뤄야만 할 유력한 공적 힘으로서 종교가 정치 종교의 이름으로 귀환하고 있다 할지라도, 그러한 정치 종교는 적어도 서구 그리스도교 세계에서 종교(물론 그리스도교)가 과거에 한때 가졌던 것으로 추정되는 보편적 힘을 더 이상 갖고 있진 않다고 콕스는 주장합니다.
하지만 2016년에 발표한 『신이 된 시장』과 함께, 종교는 콕스의 세속화 신학에서, 혹은 세속화 신학이 바라보는 세계에서 다시 메인 스테이지를 차지하러 돌아옵니다. 콕스가 “시장”(대문자 The Market)을 독특한 신학을 가진 종교로서 규정하는 한에서 말이지요. 따라서, 적어도 『세속도시』에서 콕스는 한편으로 기의로서의 종교가 다른 기표와 결합되어 유사 종교로서 기능하고 있을지라도, 다른 한편으로 그 완전한 의미에서의 종교, 즉 세계 내에서 결정적인 세계관의 위상을 점하고 있다는 그런 의미에서의 종교(대문자 The Religion)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렇기에 오늘날 종교와 경쟁하는 “-주의들”(-isms)이 그 자체로 새롭게 종교를 구성하는 단계까지 도달하진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신이 된 시장』과 함께, 콕스는 시장이 신이고 그만의 독특한 종교를 구성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지요. 그런 면에서 저는 1960년대에 시작된 콕스의 세속화 신학이 2010년대 후반에 이르러, 즉 지난 반세기 동안의 현대 자본주의의 역사적 발전과 함께(자본의 자립화/물신화가 극단에 이른 금융화 시대의 도래와 함께) 일관성 있게 발전을 이룩한 것이라고 봅니다. 자본주의가 진화한 것에 발맞춰 콕스의 신학도 일관성 있게 진화한 것이라는 뜻입니다.
1강: 종교로서의 자본주의에서 신으로서의 시장으로
2) 하비 콕스의 『신이 된 시장』 전체 내용 개관: 시장은 어떻게 신이 되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