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 프로그램 리뷰] 대화를 통한 민중신학의 자리 찾아가기(박은정)

관리자
2022-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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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를 통한 민중신학의 자리 찾아가기



박은정(니가타현립대학)



“민중신학에서의 ‘민중’은 누구인가?, 민중신학은 시민의 시대인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용한가?” 민중신학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치고 위의 질문에 대해서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2021년 첫 월례포럼은 주제부터가 무척 흥미로웠다.


코로나19 시국 이후로 개신교 일부가 종교적 가치를 공동체적 가치보다 우선시하여 사회적으로 거세게 지탄받고 있는 현실 속에서 일찍부터 사회적 영성을 강조해 온 민중신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민중’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걸렸다. 민중은 한국사회사와 관련하여 누군가에게는 빨갱이의 다른 이름이고, 누군가에게는 한때 가치 있었지만 이제는 흘러가 버린 과거의 조각이고, 누군가에게는 근현대사 교과서에서만 보던 역사 속 단어일 것이다.


민중신학을 접하는 개개인이 신학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민중이라는 개념을 정리해야 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즉 민중은 누구이며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나와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지를 개인이 납득할 수 있을 때, 민중신학은 이론이 아니라 한 사람의 신앙체계 안에서 가치로서 작용할 것이며, 개개인은 민중사건의 참여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민중 용어에 대한 포럼이 열린 것이 아주 기뻤다. 민중신학자는 오늘날 민중의 개념과 민중신학의 역할에 대해서 무엇이라고 이야기할지, 다른 사람들, 특히 나와 같은 입장의 평신도들은 민중신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하였다. 결과적으로 기대 이상으로 유용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던 만족할 만한 포럼이었다.


이번 포럼은 우선 먼저 1980년대에 지식사회 전반에 걸쳐 활발히 사용된 ‘민중’ 용어의 성립과 초창기 민중신학의 태동 및 이론, 오늘날 민중신학에서의 민중 개념에 대해 발표한 후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은 크게 세 가지 분야에서 이루어졌는데, 첫째, 민중신학의 주체 및 대상, 둘째, 오늘날 민중신학의 개인적, 사회적 효용, 셋째, 오늘날 ‘민중’이라는 용어의 효과와 적절성, 대안에 대한 토론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토론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민중’을 대체할 새로운 용어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문제 제기였다. 오늘날 민중신학이 ‘민중을 위한 신학’이냐, ‘민중에 의한 신학’이냐는 오래된 질문을 여전히 받는 것은 사회 변화와 더불어 초창기 민중신학과 오늘날 민중신학에서의 민중의 범위가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중의 인식 속에서 민중 개념은 1970, 80년대의 민중 개념에 머물러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문학 등 다른 분야에서 현재 민중이라는 단어가 거의 쓰이지 않아서 민중 개념이 박제화된 것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1980년대 민중문학의 가장 큰 성과인 박노해의 <노동의 새벽>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민중이 주체가 되지 못하는 민중신학은 무언가가 모자라는 것으로 느껴질 수도 있고 노동운동으로 대표되는 민중운동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민중신학은 왕성한 이론 활동에 비해 실천적 운동이 부족해 보일 수도 있다.  반면 소위 전통 신학자들에게 민중신학은 사회학에 밀려서 신학이 사라져 버린 분야처럼 보이기도 하고 말이다. 특히 시민사회에서 민중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흘러간 유산을 붙잡고 있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이는 민중신학의 정체성과 지향점이 분명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민중’ 용어의 사용역이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으로 보인다.


1970년대, 80년대의 민중은 저항정신을 가지고 스스로를 증언할 수 있으며 역사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존재였으며 이들은 오늘날 촛불시민의 모습으로 등장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시민이 되지 못한 비시민이 민중의 이름으로 남아 있는데, 이때의 민중은 70, 80년대의 민중과는 성격이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중이라는 용어가 계속 사용되면서 혼란이 가중된 측면이 없잖아 있어 보인다. 이 문제에 대해서 민중 대신 ‘오클로스’ 등 자신의 지향점을 잘 보여줄 새로운 용어를 찾을 것인지, 민중이라는 단어에 학문적인 새로운 의미를 더할 것인지는 앞으로 민중신학자들이 고심해야겠지만 이러한 문제의식이 포럼을 통해서 공유되고 자유롭게 의견이 교환되는 과정이 좋았다. 아무래도 민중신학자와 연구원, 평신도들은 보는 시야가 다를 수밖에 없고 세대별로도 의견이 다른 측면이 있었는데 소속과 세대를 넘어서서 자유로운 토론이 이루어졌다.


포럼의 발표와 토론 과정을 보면서 민중신학과 제3시대그리스도연구소의 대화와 소통의 의지를 느꼈다. 민중신학이 주류 개신교와는 결을 달리하다 보니 대중과의 소통에 소홀하다 혹은 미흡하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이번 포럼을 통해서 잘못된 생각임을 깨달았다. 앞으로 이러한 대화의 장이 계속 되어서 민중신학에 대한 세간의 오해를 없애고 민중신학적 가치가 더 보편화되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좋은 자리를 마련해 주신 제3그리스도연구소에 감사드린다.


ⓒ 웹진 <제3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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