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 프로그램 리뷰] 제234차 월례포럼 ‘안전의 변증법, 혹은 민주적 권리에 내재된 모순’ 리뷰(허요한)

관리자
2022-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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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차 월례포럼 ‘안전의 변증법, 혹은 민주적 권리에 내재된 모순’1) 리뷰



허요한(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원)


 

제234차 월례포럼으로 진행된 정정훈 선생님의 발표 ‘안전의 변증법, 혹은 민주적 권리에 내재된 모순’은 국가와 시민의 관계에서 안전이 작동하는 방식을 살펴봄으로써, 정치적 주체인 시민이 국가권력의 교정자의 위치에서 국가에 안전이라는 시민권을 요청할 가능성을 고찰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세월호 운동의 한 결실인 ‘4·16 인권선언’의 연대와 투쟁의 정신을 토대로 하였다. 또한 안전의 문제는 성폭력, 여성살해, 산업재해 그리고 팬데믹 상황에서 여전히 사유해야 할 지점이었다.

 

국가와 안전에 대한 (서양)사상사적 계보는 아리스토텔레스가 국가(폴리스)를 거부하는 ‘전쟁광’들의 사례를 제시한 것으로부터 출발해 홉스의 ‘자연상태’에까지 이르게 된다. 홉스에 따르면 인간은 자연상태의 ‘전쟁광’이기를 그만두고 자연권을 특정인에게 전적으로 양도함으로써 국가를 구성하는데, 이러한 국가의 성격은 전쟁의 부정이자 안전에 대한 보장이라는 측면을 갖는다. (베버의 ‘폭력 독점으로서의 국가’ 역시 국가폭력에 의해 구성원의 안전을 보장한다.) 그러나 주지하듯 국가는 안전의 보장이 아닌 안전의 파괴자 역할을 하기도 했다. 특히 시민혁명 시기의 안전 담론은 국가의 폭력으로부터 개인의 안전이 보장되어야 함을 강하게 주장하는 것이었다. 오늘날의 정치체 또한 테러와의 전쟁을 빌미로 한 미국과 서구권 국가들의 민주적 권리 제한, 동아시아 근현대사에서 지속되어온 군부에 의한 시민 통제 등을 반복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와의 관계에서 안전에는 모순이 내재한다. 안전이 국가가 자동적으로 보장하는 시민적 권리라거나, 시민의 권리를 억압하고 제한하는 국가의 억압 기제로만 안전이 작동한다는 본질론적 안전 개념을 넘어, 그 안의 갈등과 대립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발표의 취지였다.

 

홉스의 자연상태가 무법의 전쟁상태이기에 국가의 통제에 의해 안전을 보장받아야 하는 극복의 대상이었다면, 로크에게는 자연에도 이성이 작동하여 이성의 법칙(자연법)을 위반하는 자들이 존재하게 된다. 로크에게 국가는 개인들의 사회계약에 의해 이성의 위반자들을 처벌하는 ‘처벌권’이 공동체에 양도됨으로써 형성되며, 권력은 수임한 자의 자의적 판단이 아닌 법에 의해 행사된다. 즉, 로크에게 자연상태와 정치상태는 단절된 것이 아니며 자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개인들이 어떤 절차를 통해 처벌권을 행사하느냐의 관점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로크의 관점에서 전제군주정의 비판은 전제군주정하 개인의 안전에 대한 위협과 관련된다. “홉스에게는 절대군주에게 충성을 다해야 하는 원리였던 안전이 로크에게는 절대군주의 지배를 전복하기 위한 원리로 변화”(24)된 것이다. 시민혁명의 역사를 통해 안전은 인권을 상징하며 민주주의 국가의 중요한 원리가 된다.

 

그러나 푸코가 적절하게 지적했듯 안전은 규율권력과 조절권력에 의해 근대적 생명정치가 작동하는 메커니즘이기도 했다. 국가는 국가 간의 경쟁체제에서 신체를 관리하고 인구를 통치하는 과정을 통해 국가역량의 최적화를 추구한다. 반대로 국가역량의 최적화를 방해하는 인구의 위험요소는 안전을 위해 제거될 수도 있는 대상이다. 국가가 안전을 보장해야 하는 (따라서 푸코적 의미에서 관리해야 하는) 대상이 인간의 생명, 생명을 담지하는 신체가 되었을 때 그 신체는 주권권력에 의해 성스러운 생명체로만 남겨진 '벌거벗은 생명'이 된다. 아감벤에 따르면 생명(을 담지한 신체)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다른 모든 권리는 박탈당할 수도 있음을 잘 보여주는 것이 1679년의 인신보호법이었다. “이러한 의미에서 인권이란 정치적 권리와 역량을 박탈당한 삶으로서 인간의 생명이 주권권력의 명시적 기반이 되었음을 표지하는 권리 개념이자, 그 생명이 주권권력이 행사되는 궁극적 대상이 되었음을 나타내는 권리 개념”(33)이 된다.

 

그러나 발표자에 의하면, “안전에는 국가주의적 폭력의 계기와 민주적 권리의 계기가 모순적으로 착종”(34)되어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안전 개념은 시민적 관점과 국가적 관점으로 나누어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문제는 국가가 자기 보호를 위해 안전을 도착적으로 추구할 때 발생하며, 세계화의 문제틀 속에서 국민국가가 불안전을 국민의 영역 밖 곧 국경 밖으로 밀쳐내는 것이 그 하나의 예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정치적 주체, 국가권력의 교정자로서 (국가와 관계 맺는) 시민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교정자로서 시민의 권리에는 연대와 투쟁을 통해 사회의 구조를 변혁하는 권리가 포함되어 있으며 그것이 시민적 관점에서의 안전이다.

 

발표 후의 질의는 정치적 주체로서의 시민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국가 내 시민이라 할 수 있는 주체들은 누구인가 하는 질문이었는데, 이는 시민들 간 자기 이익을 위한 투쟁과 그 투쟁을 국가를 통해서만 해결(인증)하려는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과 관련된 것이었다. 이에 대해, 발리바르의 시민 개념은 지속적인 재구성의 대상이며 시민 주체와 관련해 현재 한국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은 보편성의 결여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논의되었다. 서구식 포퓰리즘이 아닌 ‘작은’ 포퓰리즘적 현상들만 발견되고 있다는 논의에도 모두 공감했다. 국가에 대한 문제는 1991년 이후 체제변혁운동의 정당정치 및 시민운동으로의 변환이 갖는 의의 및 한계와 함께 사유해야 한다는 것 또한 알 수 있었다. 현재의 (노무현 정부 이후 대거 정치권으로 진입한) 운동권 정부의 체제 내 개혁과 그것의 효능감이 변혁운동의 가능성 자체를 막는 상황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1) 정정훈, 「안전의 변증법, 혹은 민주적 권리에 내재된 모순」, 『황해문화』, 2021 봄호,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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