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 기획 기사] 학원폭력, '우리'는 책임을 질 수는 있는 걸까요(황용연)

2022-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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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폭력, '우리'는 책임을 질 수는 있는 걸까요



황용연(제3시대 연구기획위원장)

 


요즘 유튜브에서 영화 요약 영상을 보는 취미가 생겼습니다. 그러면서 학원폭력을 다룬 영화가 꽤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학원폭력은 그냥 일부 학생이 당하는 사고가 아니라 아예 학생사회의 구조로 자리 잡아 버린 것 아닌가 하는 느낌까지 주더군요. 학생 사이에 강자와 약자가 갈리고 강자가 약자에게 행사하는 권력의 폭력적인 형태로 자리 잡아 버린 것이 아닌가 싶은 그런 느낌 말입니다. 영화라서 그런지 그런 영화들의 대부분은 다른 학생들 중에 '착한 강자'가 나타나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으로 끝나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라는 책을 보니 위에서 말한 느낌이 근거가 없진 않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학생들 사이에 찌질이, 일반, 중상위권, 양아치, 있는 집 날라리, 대장 등으로 거의 신분제 수준의 위계화가 되어 있다고 하더군요. 학교가 교육 공간이라면 이런 '신분제'는 없애야 한다를 떠나서 애시당초 발생해서는 안 될 일인데 이런 꼴이 벌어지고 있다면 이미 학교가 이런 걸 교정할 능력을 상실했다는 이야기일 테고요. 게다가 다른 자료를 보니 최근엔 이런 학교폭력이 초등학교, 유치원 수준까지 확장되었다는 말도 있고요.

 

스포츠계와 연예계를 중심으로 연초부터 과거의 학원폭력들의 폭로가 이어지고 과거의 가해자들의 사과와 퇴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스포츠계와 연예계라는 주목을 받는 영역이 아니어서 그렇지 지방의 경우에는 학원폭력 가해자들이 졸업해서 취직하려고 하면 피해자들이 투서 넣어서 못 하게 막는 경우들도 꽤 있다고 하더군요. 물론 스포츠계에서 이 폭로 행진의 기폭제가 되었던 모 선수는 지금 끊임없이 복귀설이 나오고 있기도 합니다만.

 

책임진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써 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일단 폭력이 남긴 트라우마의 자극과 치유라는 차원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폭로 행진과 그에 따른 사과와 퇴출 등의 상황이 책임지기라는 관점에서 보면 잘못되었다고까지 생각이 들진 않습니다. 그런데 학교라는 공간은 사회 전체의 교육을 담당한다는 공공의 의미를 가진 공간이라면 이런 공간에서 벌어지는 폭력은 사회 전체가 책임지기도 해야 할 텐데, 위에서 적은 것과 같이 학교가 학생들 사이의 '신분제'를 방치하는 공간이라면 사회 전체의 책임지기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져 버린 상황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지경입니다. 어쩌면 사회 전체의 책임지기가 불가능해서 혹은 거기에 대한 기대가 없기 때문에 폭로 행진 - 사회적 비난 - 사과와 퇴출이라는 경로로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학원폭력 관련 이야기들을 살펴 보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이 부유층 학생에 관한 것입니다. 두 가지 형태로 갈라지는 것 같더군요. 학교의 '신분제'에서 상위를 차지하니 학원폭력, 특히 왕따 현상을 주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상당한 숫자의 학생들이 오히려 인성교육을 제대로 받았기 때문에 학원폭력에는 아예 관여를 안 하는 경우도 많더라는 겁니다.

 

후자의 경우를 보면서 이런 생각도 들더군요. 이젠 인성도 자본이 되었다고 해야 할까. 그렇다면 이 학원폭력이란 건, 이제는 인성도 자본이 된 자본주의에서 그 자본을 가지지 못한 이들끼리의 아귀다툼이라는, 자본주의의 그늘의 한 예가 되어 버린 것인지. 물론 자본주의에서 자본을 가진 자들은 언제나 그 폭력에서 면제될 옵션과 그 폭력을 주도할 옵션 두 개를 모두 가지고 있기도 하겠고요. 상투적인 말이 될 진 모르지만, '인성도 자본이 된 자본주의'를 극복하는 것이 제목에 대한 답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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