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 기획 기사] 코로나로 아이들이 잃은 것들, 코로나로 어른들이 잃은 것들(황용연)

2022-01-22
조회수 270

코로나로 아이들이 잃은 것들, 코로나로 어른들이 잃은 것들


황용연(제3시대 연구기획위원장)

 

1.

중고생 나이의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으로 생업을 삼고 있는 제 눈에 [코로나로 아이들이 잃은 것들]이라는 제목의 책이 들어왔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 학력을 먼저 떠올리시는 분이 있으실 텐데, 직접 온라인 수업을 해 본 제 입장에서도 사실 학력 문제가 가벼운 문제는 아니긴 합니다만, 이런 책이 나왔을 때는 당연히 학력 문제만을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겠죠. 아마도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정도면, '코로나로 아이들이 잃은 것'으로 아이들이 학교를 가서 친구를 만나는 것도 충분히 떠올리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학교의 교육이라는 것이 공부를 가르치는 것만이 절대 아니며 친구를 만나고 또래집단을 형성하는 과정 자체가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익히는 것이라는 점을 많이들 알고 계시리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도, 학교는 충분한 돌봄의 여건을 갖추고 있지 못한 아이들에게 돌봄을 제공하기도 하는 곳이었고, 장애 학생들 중에 온라인 수업이 어려운 학생들은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학교를 가야 한다는 지적도 누군가 하기도 하더군요.


그런데 제가 저 책을 읽으면서 인상 깊게 다가왔던 것은 '전수의 기억'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간단하게 예를 들면 학교 축제 같은 것입니다. 물론 축제가 주는 즐거움도 즐거움이겠지만, 그 축제를 위해 함께 모여 준비하고, 작년에 했던 것을 올해 할 수 있도록 전수해 주는 것. 코로나 때문에 축제가 어렵게 됐으니 그런 전수의 기억도 올해는 쌓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조금 더 범위를 넓히면 동아리 활동 전반이 이 '전수의 기억'과 같은 종류의 문제를 겪게 되겠죠. 이렇게 보니까 상당히 심각한 문제구나 싶은 것이, 결국 코로나로 아이들이 잃은 것들은 함께 살아가는 법에 대해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거의 전부였구나 싶은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실 학교란 곳이 그런 거 배우라고 만들어 놓은 곳이 아니겠습니까.

 

2.

제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학교는 교회를 배경에 두고 있는 곳입니다. 주지하다시피 코로나 19 사태가 벌어진 후 교회가 논란이 되지 않았던 적은 거의 없었고, 최근에도 대량 확진자 발생 뉴스를 가장 많이 내는 곳이기도 합니다. 덕분에 대면예배이냐 비대면예배이냐라는, 교회에서 예배를 어떻게 드릴 것인가 하는 문제가 교회를 넘어 시민 전체의 관심사가 되어 버리는 일이 생겼습니다.


제가 가르치는 학교의 배경이 되는 교회는 오히려 이 사태를 계기로 본격적인 '온라인교회' 시도도 하는 모양입니다만, 적지 않은 교회들이 대면예배를 강행하다가 뉴스거리가 됩니다. 아마도 이런 생각으로 예배를 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죠. 하나님이 지켜 주실 텐데 예배드리면서 코로나가 왜 걸리겠냐고요. 그런데 그렇게 예배를 드렸는데 코로나에 걸렸다는 것도 문제겠습니다만, 더 따져 보면 이런 걸 따져야 하지 않나 싶단 말이죠. 결국 하나님이 지켜 주실 테니 나는 걸리지 않을 거야란 생각이었다는 말인데, 잘 아시듯이 이 코로나 사태에서 가장 기본인 마스크 쓰기의 가장 큰 이유는 내가 혹시라도 걸려 있다면 남에게 옮기지는 말자라는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의 생각과 방향이 정반대라는 것에서 이 교회라는 집단이 지금까지 어디에 주력해 왔는지가 뻔히 보이는 거죠. 나에 주목하는지 남에 주목하는지, 내가 잘 사는 것에 주목하는지 함께 살아가는 것에 주목하는지. 안 그래도 사회적 신뢰를 잃은 교회가 코로나 사태 이후로 잃을 것도 없을 것 같은 신뢰였는데 거기서 더 잃어 버렸다 그러는데, 그 핵심적인 이유가 바로 이 지점과 맞닿아 있지 않을까.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한 생각이 미약하다는 것. 더군다나 교회인데.


그런데요.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대면예배이냐 비대면예배이냐라고 했던 그 수많은 논쟁들이 무엇이었나 하는 생각도 한편에 듭니다. 대면예배만이 예배가 아닌데 왜 대면예배만 고집하냐면서 비대면예배에서 적극적인 의미를 발굴하고자 했던 담론들 때문에 비대면예배의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볼 여지가 많아진 거야 사실이지만, 문제가 함께 살아가기, 즉 공공성의 문제였다면, 왜 대면예배만 고집하냐는 문제 설정은 뭔가 그 말의 대상이 된 대면예배를 고집하는 사람들에게도, 그 사람들을 설득하려 했던(?) 사람들에게도, 핀트가 좀 안 맞는 설정 아니었나 하는 것입니다. 


언젠가 이 웹진에 대면예배 비대면예배 관련 논쟁에 대한 비판적 성향의 기독교 담론들을 보면 그 담론들이 시민사회에서 전개되는 대면예배 비판을 그대로 기독교 언어를 사용해서 옮겨 온 걸로 보인다는 말씀을 드렸던 것 같습니다. 이왕 공공성이라는 말이 나온 이상 이 공공성이란 문제의식을 이제 시민사회 쪽으로 옮겨 보면, 코로나 사태가 지속되면서 공공성에 대한 생각들이 점점 이런 식으로 굳어져 가고 있는 것 아닌가 싶은 겁니다. 하나는, 다른 이들은 나를 도와 줄 수 없으니, 아니 오히려 다른 이의 접근은 나에게 해가 될 수 있으니, 내 몸은 내가 챙겨야 하는데, 그것을 위해 어떻게 국가 행정의 효율적인 소비자가 될 것이며 국가가 어떻게 그런 효율을 담보할 수 있게 하는가란 문제. 다른 하나는, 방역이라는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자들이 있다면 그런 자들을 어떻게 잡아낼 것인가 하는 문제. 지금까지 봐 왔던 대로라면, 교회는 그러한 '잡아냄'의 대상으로 내내 지목되어 왔구요.


함께 살아가자는 것이 공공성의 본질이라면, 방금 이야기한 두 가지 역시 공공성과는 좀 거리가 먼 셈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사태의 지속은 아마도 저 두 가지 경향을 더욱 강화하는 쪽으로 흐를 듯 합니다. 어쩌면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살아가는 법을 잃어 버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잃어 버렸다는 말 자체가 어쩌면 틀린 것일 수도 있을까요?


ⓒ 웹진 <제3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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