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 민중신학 다시 읽기] 평등 추구의 기독교사(안병무)

2022-01-22
조회수 245

안병무, 「평등 추구의 기독교사」(『독서신문』, 1975.3.2.), 『불티』, 한국신학연구소, 1988.

 




창세기 안에는 야훼가 남자의 고독을 면하게 하기 위해서 그 남자의 갈빗대로 여자를 만들었다는 전설이 있다. 이것이 남자 우월론의 뒷받침으로 오랫동안 이용되어 왔다. 그러나 또 하나의 자료가 있다. 그것은 신이 남녀를 동시에 창조했다는 것이다(창세 2장). 이 자료가 오랫동안 무시된 것은 성서해석의 주도권을 남자들이 가졌기 때문이다. 유다교는 남존여비의 원칙에서 여자의 권리를 극도로 제한했을 뿐만 아니라 마침내 여자를 남성의 소유물화했다. 종교에서 여자의 참여권이 제한된 것이라든지 부양능력에 따라 다처에 제한이 없었던 것들이 그러한 실 예이다.

 

이같은 현장에 출현한 예수는 남녀에 관해 다음의 세 가지 뚜렷한 입장을 제시했다. 첫째는 “태초에 하느님이 남녀를 창조했다”는 입장을 뚜렷이 밝힘으로써 본질상의 남녀구별의 장벽을 헐었고, 두번째는 남자 위주의 이혼 법을 거부함과 동시에 결혼을 통해서 두 몸이 한 몸이 된다고 함으로써 꼭같은 결혼은 남녀 두 동등한 인격의 결합임을 선언했으며, 셋째로 예수 자신이 행동으로 여인을 차별하지 않고 남자와 꼭같이 인격으로 교류했다. 예수의 공생애 속에 여인들의 역할이 절대적인 위치에 있었다는 많은 보도는 이러한 사실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바울로를 위시한 초대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와 더불어 불평등의 장벽이 무너졌음을 선언했다. “유다 사람이나 헬라 사람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의 차별이 없습니다. 그것은 여러분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다 하나이기 때문입니다”(갈라 3, 28)라는 선언이 그 단적인 증거이다. 초대 그리스도인들에게 아직 관습법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흔적이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으나 언젠지 모르게 일부일처제를 채택하고 노예제도를 철폐한 것은 예수에 의한 급전기를 나타내는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도교가 희랍, 로마세계를 인수, 정착하면서 종교 하이라키적 구조를 만듦으로써 인간 평등의 원칙이 변질됐다. 승려계급의 우월성은 제도화되어 종교, 윤리생활에서도 이원적인 대우를 받게 됐다. 이러한 마당에서 종교개혁자들은 이 불평등의 제도를 타파했다. 그것은 만인제사 선언과 그리스도인은 모든 것에서 자유하다는 자유선언에서 밝혀졌으며, 그것이 제도적 개혁의 발판이 됐었다. 그러나 동시에 평등을 저해하는 두 가지 불씨를 배태했다. 하나는 그리스도교 절대주의의 부산물로 서구를 중심한 그리스도교 민족과 타민족 사이의 차별이며, 또 하나는 모든 소유나 능력이 하느님이 준 은총이라는 주장이 경제적 불평등을 합리화하는 자본주의체제 형성의 중요한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막스 베버). 산업혁명 이후의 산업사회에서 오는 불평등의 악순환에 대해서 일부 신학자들이 인간평등의 원칙에서 제도적 개혁을 부르짖기는 했으나 그리스도교 전체로 놓고 볼 때에는 이 문제를 방관하다가 마르크시즘의 기습에 전가의 보도를 빼앗긴 격이 되어 당황스러운 날을 보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에 일어난 폴 틸리히를 중심으로 한 종교사회주의의 제창과 그 운동은 그리스도교의 평등의 원칙을 다시 되찾으려는 싸움이었다. 오늘의 많은 신학자들이 공산주의의 권력상의 불평등과 함께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을 향해 싸우는 것은 잃어버린 평등의 원칙을 되찾으려는 몸부림이며, 유엔 등의 평등한 인권선언과 운동에는 그리스도교의 영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인종차별에 의한 불평등을 심각한 문제로 제기한 것은 그리 오랜 역사를 갖고 있지 않다. 특히 백인들이 토인들을 노예화하면서도 그리스도인이라는 사실에 별 모순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일종의 권리처럼 알아 온 역사는 위에서 언급한 ‘은총사상’을 악용한데 연유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토인들이 군사, 경제의 구조력이 주도하는 현실에 저항할 능력을 잃었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식민지 확대에 혈안이 됐던 서구의 침략세력의 그늘 아래서 이른바 선교행위만으로 만족한 그리스도교는 좋게 보면 그 권력을 이용해서 눌린 민족들에게 자기 권리를 찾게 하는 계몽의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으나 우월권을 바탕으로 하는 침략세력의 어용역할을 했다는 비난을 면할 수는 없다. 뒤늦은 일이기는 하나 오늘 일고 있는 서구의 그리스도인들의 자기비판운동은 과거의 죄과에 대한 속죄행위이다.

 

불평등의 구조화 아래서 제 권리를 다시 찾기 위해 봉기한 최근의 인물로는 흑인 신학자 마틴 루터 킹 목사를 내세워야 한다. 그는 백인과 꼭같이 흑인도 하느님의 아들, 딸이라는 신념에서 저항운동을 벌였다. 그러나 평등에의 길은 폭력이 아니라 오직 사랑으로만 가능하다고 보았기에 이른바 무저항적 저항운동을 일으켰다. 그는 그리스도의 평등사상의 화신이었다. 그의 운동은 세계에서 인정되어 노벨 평화상을 받기에 이르렀다. 그것은 그리스도교의 만인평등 신념의 세계적 재확인임을 뜻한다.


출처 : 심원 안병무 아키브(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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