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 기획 기사] 코인, 내 영혼의 바이브레이터(김윤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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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내 영혼의 바이브레이터


김윤동(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기획실장)

 

모든 것이 멈춰버린 지 1년하고도 반이 더 지난 요즘, 어떤 것이 당신을 진동하게 하는가? 거리에는 지친 사람들밖에 없고, 폐업한 가게가 수두룩하며, 내 삶이라고는 오로지 집과 직장을 오가고 소파에 누워 넷플릭스 신작을 검색하는 것이 전부인 당신의 가슴을 뜨겁게 하는 것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인가?

 

이게 정말 머선129?

 

이런 팬데믹 속에서 최근 우리 사회를 흔들고 너와 나의 영혼까지 탈탈 털어가 버린 주인공이 있으니 그 이름은 바로 ‘비트코인’, 이른바 암호화폐 열풍이 아닌가 싶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비트코인을 이전부터 하고 있었는지, 이미 손절했는지 혹은 떡락에 존버를 타고 있는지 잘 알지 못 하지만, 이 글은 비트코인에 관해 대-단한 윤리적‧역사적 판단을 내리는 것도, 코인을 권하는 것도, 코인을 막으려는 것도 아닌 1개월 정도 코인의 흐름에 올라탔던 미숙한 투자자가 겪은 아주 짧은 경험과 소회를 담고 있음을 미리 밝힌다.

 

너도나도 코인을 하고 있다던 한 달 전 어느 날, 웹진 편집장의 간곡한 권유...는 핑계이겠고, 과연 이 세계는 어떤 곳이길래 그렇게 사람들을 진동시키는지 나도 큰 돈 한번 벌어보겠다고 업비트(암호화폐 거래 어플)를 깔았다.

 

일단 정신이 아득해졌다. 처음 접해보는 것이라 그랬겠지만, 일단 뭔가 간단한 듯 보이는 그 인터페이스 안에서 보이는 건 딱 한 가지, 끝없는 운동.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는 진동이었다. 이름도 생소한 수백 가지의 종목들이 경합을 벌이고, 한 종목 안에서도 차트라고 불리는 그래프가 1초에도 몇 번씩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보통 주식 장도 평일에는 오전 9시에 시작하여 오후 3시면 마감을 하고 주말에는 운영하지 않는데 비해, 암호화폐 거래소는 쉬는 날, 쉬는 시간 없이 24시간 동안 이 진동이 이어지고 있었다. 아무리 돈에 평정심을 유지하는 사람이래도 1초 안에도 수만 가지의 숫자가 오르락내리락하는 화면을 보고 있노라면 심장이 두근거리지 않을 방도가 없을 것 같았다.

 

게다가 포털과 각종 언론은 어떤가? 코인을 해서 수십억을 번 사람의 이야기, 다니던 대기업까지 퇴사하고 코인만 하는 사람의 이야기, 2018년 1차 코인열풍이 끝날 무렵 십원대는 인출할 수 없어서 남겨둔 수십 원이 수백%의 수익을 냈다는 이야기, 그 때 빼지 말았더라면 더 큰 돈을 벌 수 있었을 거라는 후회의 이야기 등 펌프질이 계속되었다. 그리고 이런 와중에 코인을 하지 않는다면, 재테크 전선에서 나만 도태될 것 같은 분위기가 한껏 조성되었다. 심지어 만성피로에 한번 잠들면 아침까지 잘 깨지 않는 나도 가끔 새벽에 깨게 되고, 멍하니 오르락내리락하는 숫자를 쳐다보다가 아침을 맞이하는 일을 겪고 있었다. 한 친구의 말대로 진입 타이밍이 너무 좋지 않아 큰 돈을 만져보지는 못했지만, 상승의 빨간 불이 들어오면 기뻤고 파란 불이 켜지는 날에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분노의 질주

 

우리가 매일 매체로 접해 잘 알고 있듯 올해 들어 부동산, 주식과 함께 코인까지, 영혼까지 끌어 모은 빚내기와 ‘남들도 다 먹는다는데, 나도 무조건 한 탕은 해먹어야 한다’는 분노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나는 둘러싸고 있는 주변의 모든 것들이 이와 같이 호르몬의 펌프질을 해대는데, 속세와 연을 끊고 산 속 자연인으로 살지 않는 이상 우리가 이 스트레스를 견뎌낼 힘이 있을까?

 

한 편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이러한 현상의 진실을 조국 사태로부터 불거진 청년 세대의 ‘공정성’ 담론으로 제출하는 것이 과연 적합할까? 이는 달리 말해 일종의 코인에 대한 불가피한 긍정의 의견으로 읽을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코인은 불공정을 뼛속까지 경험한 새로운 세대가 국가와 자본이 강력하게 건설해놓은 ‘통곡의 장벽’을 해체하고 새로운 권력을 창출하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한국 사회로 제한한다면, 모든 사다리를 걷어차 버린 기득권층 그리고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를 약속하며 젊은 세대의 월등한 지지율로 탄생한 정권으로부터 배반당한 사람들의 분노로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코인 사태의 진실을 21세기에 재현된 강력한 계급사회에서 (격변이 터지지 않는 한) 다신 오지 않을 재산 증식의 기회를 잡은 2030세대의 막가는 인생 폭주로 해석해도 괜찮은가? 기성세대가 부동산을 비롯한 모든 영역에서 물질적‧상징적 자본을 틀어쥐고, 아무리 노력해도 노력의 대가를 얻을 수 없게 만든 것에 대한 저항적 움직임으로 코인 열풍을 읽어내는 것, 그러니까 이 사태를 ‘불공정’이라는 틀로 설명하는 것은 어딘가 너무나 허전하다. 2, 30대 젊은 층이 화가 나 있는 건 맞지만 그것은 공정하지 않기 때문만은 아니다. 큰 등락을 반복하며 불완전한 시스템을 보이고 있는 코인 세계에 (물론 아직 그것이 국가에서 인정할 만한 통화체계인가에 대한 판단이 계속되고 있지만) 국가가 세금을 매김으로써 안정적이고 공정한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시도 자체를 기성세대의 꼰대 같은 ‘개입’이라 여기는 것만 보더라도, 이 광풍은 불공정한 세계에 공정을 요구하는 ‘저항’으로만 읽을 수는 없다.

 

다른 한편으로 이 모든 사태를 오로지 사회를 병들게 하는 ‘사기’의 광풍으로, 트위터 멘션을 통해 코인 투자를 부추기다가 단번에 대량 매도(賣渡)하며 세상을 들썩이게 만드는 일론 머스크를 ‘악의 화신’으로 매도(罵倒)하는 것은 또 어떠한가? 최근의 급상승/급락 사태를 보며 역시 ‘자본이 자본한 것’, ‘돈 놓고 돈 먹기’인 사기에 뛰어들었다면서 속은 사람만 모자란 취급하고 코인을 집단적 광기로, 돈을 쉽게 벌려고만 하는 천박한 세태로 해석하는 것도 몹시 나이브하기는 매한가지다.

 

동료가 없다

 

이 사태의 진실은 모두가 화가 나 있다는 것이다. 왜 화가 나 있을까? 세상이 불공정하기 때문이 아니다.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로 매일 도지코인을 요리조리 이야기하며 약을 올려서 빡친 것도 아니다. 자신의 코인이 떡락해서 분노하는 것은 더더욱 문제가 아니다. 친구가 없고 동료가 없어서 그렇다.

 

세상이 불공정한 것은 어제도 그제도 수천 년 전에도 그랬다. 현 정권이 부동산 못 잡고 정부고위 인사가 몰래 재산을 물려줬기 때문에 분노한다는 것은 이야기할 줄 몰라서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기만이다. 자기가 산 코인이 떡락을 해서 고점에 물려 버렸더라도 친구가 함께 물려 버리면 문제가 없는데, 아는 사람들은 다 손절했는데 나에게는 그것을 가르쳐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이 화가 나는 게 진실이다.

 

이는 코인을 하는 이들의 대부분은, 20대부터 30대 후반 또는 40대 초반까지, 한국 사회에서 아무런 소속감을 갖지 못한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함께 가난했던 시절에 형성된 한국 사회의 오랜 기득권들은 가난할 때 먹었던 풀죽 한 그릇에도 서로 긴밀한 연대를 느끼고 눈물 흘릴 수 있다. 최근에 소위 ‘욕받이’가 된 86세대 기득권들은 함께 거리에서 연기를 마시며 눈물콧물 흘렸던 대학 동기동창, 선후배들끼리 그 이전 세대보다 더 독하게 끈끈하다. 그런데 지금 부동산과 코인에 영끌하는 세대에게는 그런 연대의 기억과 경험이 없다. 간이며 쓸개를 빼주고 믿을 사람이 누구도 없다. 가족모임을 하더라도 부모세대는 바글바글한데 자식들 간에는 관계가 뚝뚝 떨어져 성기다.

 

그나마 찾아낸 긴밀한 관계가 온라인인데 소위 긴장감이 느껴지는 관계들은 아닌 것이다. 온라인에서는 만나기도 쉽지만 끊어지기도 쉽다. 오래 갈 사이가 아니다. 폐쇄적 집단이 있다 해도 접속을 끊어버리면 그만이다. 기면 긴데, 아니더라도 큰 걱정 없이 아닐 수 있는 곳이다. 그러니 당연히 코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루트는 많아졌지만 그 정보에 책임을 지는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는다. 망망대해에서 혼자 배를 저어 나아가다가 친구를 만나면 운이 좋겠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그야말로 머리끝까지 화가 날 법한 상황이지 않은가? 더구나 가족모임 말고는 아무 데서도 모일 수 없는 팬데믹이다. 집에 오면 당연히 가족 체제가 완고해서 내 힘으로 내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직장에 가도 마찬가지다. 상사나 기존 룰에 대항은커녕 쫓겨나지나 않으면 다행인 ‘긴급상황’이다. 아무 것도 순환되지 않는 숨 막히는 세상이다.

 

바이브레이터 대신 우리가 찾아야할 것

 

모든 것이 정지되고 강제로 멈춰진 세상, 종료가 한없이 유예된 세상에서 코인의 끝없는 등락은 이 세상의 생존을 증명하는 유일한 장소처럼 보이게끔 잘 ‘세팅’되어 있다. 인간은 환경 속에서 작동한다. 얼마 전까지 단 몇 시간 안에 세계 어디든 갈 수 있었고 온 세계가 정보통신 기술망으로 하나로 연결되어 지구가 그야말로 ‘쪼그라들었’던 상태라면, 이제는 모르는 사람끼리는 마주보며 침 한 방울 못 튀기는, 멀고 먼 사이가 되고 말았다. 온 인류가 같은 고통을 겪고 있지만 그 고통을 나누고 함께 울 수 있는 사이가 없다는 것은 이제까지 인류가 겪어보지 못한 미증유의 고통인 듯도 하다.

 

코인은 그런 면에서 새로운 질서로 재편되고 있는 이 세계를 반영한다. ‘코인 세계’에서는 사람들이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이제 조금씩 익혀나가고 있을 뿐이고, 안정된 시스템이나 규칙도 없으며, 역사도 오래 되지 않아 정보의 옳고 그름을 책임을 질 이도 없다. 그저 먼저 먹은 사람이 임자인 상태다. 그러니 사람들은 돈도 대출받고, 마지막 남은 영혼마저 끌어 모아 내 생존과 세계의 생존을 확인하고 위로하기 위해 이 ‘바이브레이터(Vibrator)’를 끊임없이 사들였는지도 모르겠다.

 

이 사태의 결론이 어떤 식으로 나게 될지는 조심스레 예측은 할 수 있을지라도 섣불리 단언할 수는 없다. 나 또한 현재 차트에는 꾸준히 파란 불이 들어와 있는 상태라 코인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없지만, 만약 코인을 이 세계의 고통과 뉴 노멀(New Normal), 즉 이제까지 없던 질서를 예증하는 징후로 읽을 수 있다면 조심스럽게나마 한 마디는 던질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누군가가 외로운 개인보다 한 뼘이나마 조금 더 너른 품으로 안아줄 곳이 나타난다면 거기가 구원의 장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희미한 소망 말이다.

 

ⓒ 웹진 <제3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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