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 학교폭력 문제에 대한 회복적 정의 접근과 평화의 교육학(서정기, 김상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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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문제에 대한 회복적 정의 접근과 평화의 교육학

서정기(회복적정의 평화배움연구소 에듀피스 대표), 김상혁(연세대학교 교육연구소 연구원)

 

18세기 칸트 당시의 대학의 구도 속에서, 상급학부이던 신학, 법학, 의학에 대해 철학부의 위상이 높아지던 맥락 속에, 그것이 담당하게 된 근대 국가의 교사양성의 맥락 속에서 “교육학이란 개념이 생기게 되었다.”(서보명). 실제로 근대 교육학의 시조로 여겨지는 헤르바르트가 칸트의 후임으로 교수생활을 하였었던 만큼, 근대 교육학의 배경에는 근대 대학 및 ‘연구’ 개념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근대의 네이션-스테이트라고 하는 실체가 놓여있다. 그 중 국가(스테이트)라고 하는 것은 그 기원 상 하나의 공동체가 다른 공동체(들)를 지배하게 되는 폭력적인 구조의 속성을 갖는다는 견해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잘 알려진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하는 고대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법전의 성립은, 사실 결코 ‘그만큼씩만’ 복수하지는 않는 자율적인 공동체들 사이의 관계를 강력하게 통제하는, 그 상위의 엄청난 국가 권력 및 구조의 성립을 함의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법사상적으로는, ‘죄형법주의’의 시작”(가라타니 고진)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렇게 본다면, 국가 구조에 결부된 교육학에서 학교폭력을 논하는 일은, 역으로 ‘폭력의 교육학’을 그 근본에서부터 다시 생각하는 일이 된다. 한편, 교육학 일반에서 학교폭력에 대한 담론은, 마치 종교학 내지 신학에서 종교(교회)폭력을 다루는 일만큼이나 방대한 일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최근 그 주요한 담론―을 넘어선 실천이기도 한 ‘회복적 정의/(생활)교육’에 그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그리고 교육학을 하나의 사회과학으로 보는 입장에서, 암묵적으론 국가를 자본 및 공동체와의 연관 구조 속에서 근본적으로 고찰하는 가라타니 고진의 관점을 참조한다.

 

먼저, 회복적 정의 담론에서 인식하고 있는 국내 학교폭력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부터 간략히 살펴보기로 하자. 국내에서 학교 내 폭력의 문제가 처음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되었던 것은, 1995년,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김대현군이 학교 선배들의 괴롭힘으로 자살하는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서였다. 그것을 계기로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만들어졌고, 2004년,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교폭력법)이 입법되었다. 당시에 학교폭력법이 가지는 의미 중 하나는 ‘정부와 교육 당국이 학교폭력의 해결에 책임의 주체’라는 것을 분명히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후 7년 후인 2011년 12월, 친구들의 괴롭힘으로 마찬가지의 극단적 선택을 했던 대구중학생자살사건에서 드러난 학교폭력의 현실은 여전히 참담했다. 정부는 학교폭력 근절을 내세우며 사건 발생 한 달 반 만인 2012년 2월 6일 ‘학교폭력근절종합대책’을 발표하였다.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당시 교육부는 ‘사소한 괴롭힘도 범죄라고 보고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학교폭력을 범죄로서의 형사사법의 대상으로 보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한 정부의 대응 속에는, 강력한 처벌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2012년 이후 강화된 사법적 해결은 학교폭력을 여전히 감소시키지 못했다. 그뿐만 아니라 처벌의 적법성을 둘러싼 학교 공동체 구성원 간의 법적 분쟁을 격화시켰다. 결과적으론 교사와 학부모, 학생 간의 불신과 반목을 심화시켰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부의 엄벌주의 정책은 학교 공동체의 위기를 초래하며 총체적 한계를 노출했다. 당사자의 참여 없이 법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해결방식, 무엇보다도 처벌이 중심이 되는 응보주의(retributivism)는 학교폭력으로 인한 피해자와 가족의 피해 회복과 무관했을 뿐 아니라, 잘못을 저지른 당사자와 가족들로 하여금 진정한 사과와 반성보다는 자신에게 주어지는 처벌에만 집중하게 했던 것이다(서정기). 그렇게 자신들을 방어하거나 스스로 책임을 회피하게만 할 뿐이었다.

 

이렇게, 국가의 구조가 기원적으로 폭력-법적이라고 하더라도, 그 ‘구조’는 단지 ‘강제’와 ‘억압’만으로 성립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미 프랑스의 구조주의자 푸코의 명성만큼이나 잘 알려져 있다. 즉, 그에게 있어서 구조의 본질은, 오히려 그것이 주체를 교묘하게 ‘생산’하고 ‘육성’하는 기제 속에서 잘 나타난다. 이것은 사실, 그 주체 또는 하위의 공동체들을 지속적으로 ‘수탈’하기 위해서라도 그것들을 계속해서 육성하고 보호해야만 하는 ‘강탈과 재분배’ 또는 ‘복종과 보호’라고 하는 국가의 특정한 ‘교환양식’으로도 그려진다(가라타니). 여기서 우리는 푸코-가라타니를 따라 그와 같은 ‘(국민)교육 담론’의 등장을 보게 된다.

 

사실 그 전부터 입시경쟁이라는 현실, 억압적이고 권위적인 학교문화 등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교육적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학교폭력이 줄지 않고 이를 둘러싼 분쟁 또한 늘어나면서, 정부는 2019년이 되어서야 정책숙려제를 통해 개선안을 마련하고 학교폭력법을 개정했다. 지금까지의 학교폭력 대응절차가 학교에 과도한 행정부담을 줌으로 교사의 교육의지와 학교의 교육역량을 약화시킨다는 비판을 수용하여 개정안에 반영한 것이었다. 갈등과 분쟁에 대한 교육적 해결을 위해서 학교폭력심의가 학교에서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했으며, 학교자제해결제와 1~3호의 가해학생 징계조치의 경우 1회에 한해 학생생활기록부 기재를 유예하도록 했다. 이는 외적인 환경에서 인간 내면의 동기까지 학교폭력을 ‘과잉결정’하는 다층적 요인들과 원인들의 구조, 서로 다른 주체들과 학교 공동체의 입장 및 안전과 평화에의 욕구, 사회적 가치 그리고 그것들의 일정한 조율, 반영과 육성의 필요성에 대한 ‘꼼꼼한’ 이해 없이, 학교폭력을 통제하려고 했던 정부 대응의 실패가 만들어낸, 늦은, 하지만 자연스러운 변화였다.

 

이러한 ‘반성’ 속에서 2010년을 전후해 등장했던 회복적 정의와 교육에 대해서도 이해해 볼 수 있다. 회복적 정의 철학은 2007년 소년법이 개정되면서 소년사건에 처음으로 적용되기 시작했고, 이후 학교폭력의 확산과 맞물려 학교 안에서 그것에 대안적으로 관심을 가졌던 교사들에 의해 비공식적으로 다양한 교육장면에서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이것은 교육학 분야에서도 학교폭력에 대한 주요한 담론 중 하나이자 실천이 되었던 것이다. 회복적 정의는 죄형법주의에서와 같이 잘못에 상응하는 처벌이나 고통에 대한 균형이 이루어졌을 때 정의가 성취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행위의 결과가 남긴 영향이 바로잡히고 피해와 관계가 회복되는 것이 정의의 성취라고 보는, 정의에 대한 ‘새로운’ 철학이었다(정민주 외).

 

학교 현장에서 이를 반영한 ‘회복적 교육’은 학교폭력 해결의 새로운 도구적 방법이 아니라, 회복적 가치를 적용하는 통합적 실천으로 적용되어왔다. 즉, 회복적 교육의 네 가지 목표이기도 한 ①‘서클 대화’를 통한 공동체 형성, ②갈등해결 및 평화교육, ③갈등과 분쟁을 위한 회복적 대화모임, ④학급 안에서의 깨어진 관계를 돌보고 치유하는 관계회복 프로그램에 적용되었다. 지금은 다양한 영역으로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경기도교육청은 관계회복과 갈등조정 전문가를 양성하고 갈등조정자문단을 위촉해 학교폭력에 따른 갈등과 분쟁을 대화모임을 통해 해결하도록 지원해오고 있다.

 

이렇게 회복적 정의와 교육이 암묵적으로 가지고 있는 구조주의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여기에는 그 자체를 극복해볼 가능성 또한 없지 않다. 그것은 이 회복적 정의를 사회과학적 차원에서 해석해보는 일이기도 하다. 첫째, 여기에는 자기 돌봄이나 자기배려, 삶의 형식의 변화와 같은 후기 푸코-탈구조주의적 주체-윤리 담론과, 무엇보다도 그 ‘실천’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둘째, 폭력 당사자들 사이의 근본적인 주관적 경험과 인식의 차이에 대한 이해는 ‘타자’의 문제 및 윤리의 담론과 그 인식을 또한 자연스럽게 호명한다. 셋째, 회복적 정의/교육 담론이 가지고 있는 학교 구성원들을 비롯한 이 타자적 인간들 사이의 ‘갈등’의 자연적(본성적) 속성에 대한 이해와(서정기) 그에 대한 ‘문화’적 차원의 해결이라는 접근방식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이해해 볼 수 있다. 우선 이 갈등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본성적) 공격성 내지 반사회성’(칸트)을 이해된다. 그리고 그것을 억압하는 것이 아닌, 인간을 포함한 유기물의 ‘죽음충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 ‘자율적’ 절제 또는 ‘내부적 자기소외’로서의 ‘초자아’, 즉 문화를 인식한다(후기 프로이트). 그리고 이러한 문화의 차원에서 그 갈등이 지양되-어야-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다(가라타니 고진). 넷째, 이것은 거시적인 차원에선 자본은 물론이거니와 배타적 공동체와 특히 폭력적 국가구조를 모두 넘어 ‘공동체들의 공동체(미니세계시스템)’를 ‘고차원적으로 회복’하려는 논의이기도 하다(가라타니 고진). 즉, 제국-식민주의적 폭력-전쟁의 국가 간 구조를 지양하는 (영구)평화-혁명의 논리로서 제기되는 것이다. 이렇게 회복적 정의는 국가-학교폭력 구조와 기원적으로 결부된 교육학을 그 근본에서부터 지양하는 ‘평화-혁명의 교육학’을 지향한다.

 

<참고문헌>

서보명(2011). 대학의 몰락. 서울: 도서출판 동연.

서정기(2012). 학교폭력 이후 해결과정에서 경험하는 갈등의 구조적 요인에 대한 질적 사례연구. 교육인류학연구, 15(3), 133-164.

정민주, 김진원, 서정기(2016). 교사들의 회복적 생활교육 실천 경험에 관한 내러티브 탐구. 교육인류학연구, 19(2), 37-73.

가라타니 고진. 조영일 역(2009). 네이션과 미학. 서울: 도서출판 b.

가라타니 고진. 조영일 역(2012). 세계사의 구조. 서울: 도서출판 b.

Foucault, M. 오생근 역(2003). 감시와 처벌: 감옥의 역사. 파주: 나남출판.

Foucault, M. 문경자, 신은영 역(2004). 성의 역사2: 쾌락의 활용. 파주: 나남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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