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 기획 기사] My Universe : 2021 한신대 신대원 채플 후기(이성철)

2022-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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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Universe

2021 한신대 신대원 채플 후기



이성철(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원)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채플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채플에 참여하실 때 혐오와 차별을 배제하시고 인터넷 환경을 점검 해주시길 바랍니다. 신이 나서 소리를 지르실 수 있습니다. 주변에 양해를 구한 뒤 채플에 참여해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추천 BGM : Coldplay, BTS - My Universe(2021)

   

코로나가 바꿔놓은 대학 문화 속에서 줌으로 진행한 스터디가 끝날 무렵이었다. 이대로 아쉬우니 졸업하기 전에 얼굴을 보자고, 다음 학기에는 모여서 채플을 준비하자고 약속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은 6월 21일, 인천 퀴어 문화 축제에서 성소수자 축복식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교단 재판에서 정직 2년을 받은 이동환 목사님과 공대위가 감리회본부 앞에서 무기한 농성을 시작했다. 안병무는 "요한이 잡힌 후에 예수께서 갈릴래아에 오셔서" 공생애를 시작했다는 것을 강조했다던데, 준비되지 않은 건 비슷했지만 우리는 예수가 아니었다. 그렇게 구경꾼으로 농성장을 오가며 고민을 시작했다.

   

농성장을 오갈 때마다, 신학을 한다는 것이 무얼까 고민을 한다. 수업 시간에도 적극적으로 고민하면 참 좋을 텐데 말이다. 앞으로도 답은 없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과 함께,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히 나는 별나지 않았기에 내가 가진 고민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 고민을 같이하는 친구들과 함께 예배를 준비했다.

   

‘모두에게 열린 채플’의 녹화를 위해 입학 후 처음 채플실에 들어갔다. 우리는 처음으로 함께 모여 정신없이 채플을 준비했다. 축복식에 뿌릴 조화 꽃잎을 따고 방송반과 조율을 하고 있을 때 채플의 취재를 위해 기자님이 오셨다. 인사를 나누는데 기자님이 핸드폰을 조금 높게 드시고 메모를 하기 시작하셨다. 인사가 길어지면서 ‘지금 하는 말이 기사화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말은 잘 정리되지 않았고, 예배준비로 신경 써야 할 것은 많았다. 그 정신없던 인사를 재해석한 좋은 기사가 나왔다.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건 예배였다.”라는 말을 기사로 남겨주셨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부끄럽다. 아마, 차별과 혐오에 저항하는 분들과 함께 사랑하며 예배드리고 싶었다고, 신학교에서 드리는 이 예배를 통해 교회를 조금 더 안전하게 바꾸는 시도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함께 고민하는 많은 신학생들에게 자신의 자리에서 이야기를 꺼낼 힘이 되어줄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드랙팀은 더 좋은 공연을 위해 수차례 리허설과 녹화를 했고, 이동환 목사님은 방역수칙으로 인해 텅 빈 채플실에서 설교를 하셨다. 함께 축복식을 녹화하며 예배를 마쳤다. 편집의 힘을 의지해 중간중간 쉬어가며 진행된 예배는 오히려 충만했다. 신학교에서의 이 예배의 소식이 누군가에게 작은 희망과 기쁨이 될 수 있을 거라는 마음이 채플을 녹화하는 내내 우리를 사로잡았다.

   

이곳에 모인 모든 이들과

춤추며 웃고 떠드시는 우리들의 하느님/하나님.

우리에게 주어진 행복을 지켜내며 

더 많이 사랑받게 하소서. 

더 많이 사랑하게 하소서.

-축복식 예문 중- 

   

채플이 기사화된 지 한 달이 지나가고 있다. 교단 총회 게시판에는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예배실에서 행한 일들은 퀴어 신학을 홍보하고 조장하는 세력들이 언론매체를 이용하여 각 신학교뿐 아니라 기장교단과 성도들을 분열시키고 신앙을 흔들어 놓기 위해 기획되었다고 본다.”라는 글들이 올라온다. 사람들은 안부를 물으며 “괜찮아? 반응 어때?”라고 질문하고, 나는 “반응 어떻냐는 반응들 뿐이에요.”라고 대답한다. 우리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어떤 이야기로도 변하지 않았다. “한신이라서, 기장이라서 저런 것도 가능하구나”,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구나. 그래 고생 많았다.”라고 말하고 거기까지. 어떤 사회적 합의(?)가 여기서도 이미 이루어졌는지, 경계에서 머무르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사실 이런 시도가 처음은 아니다. (https://minjungtheology.tistory.com/1193) 우리는 많은 것들을 바라지 않았다. 채플로 학교가 무너지기를 바라지 않았고, 교단이 분열되길 바라지 않았으며, 한국교회가 망하길 바라지 않았다. 세계평화를 꿈꾸지만 예배 한번을 기획할 수밖에 없었다. 서로를 응원하고 싶었다. 서로 사랑하는 힘으로 함께 살아가도록, 함께 행복하도록.

 

코로나와 함께 대학원에 입학한 지 1년 반이 지났다. 학생회가 조직되지 않은 지 2년이 되어가고, 학회와 동아리들은 내년을 장담할 수 없다. 졸업학기지만 코로나로 인해, 이번 예배를 준비하면서 동기들과 처음 만났다. 코로나 이후의 공간과 사람, 기획과 의도, 남겨진 의미 모두 서툴고 어색하다. 의도적인 연출과 편집, 기사로 구성되는 우리의 움직임들. 서툴고 어색한 행동과 변화들이 모여 낯선 의미를 만들어 가는 중이다. 우리 서로의 행복을 위해, 더 많은 존재들의 행복을 지우지 않으며, 오늘은 예배로, 다음은 다른 모습으로 모인다.

 

시작도 시작이지만 어떻게 끝내느냐가 중요했다. 축복식 순서가 끝나고 꽃가루들이 뿌려질 때 노래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만남을 축복하며 서로를 밝혀줄 노래가. 크리스 마틴이 한국어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신기했다가, 시큰했다. 낯선 만남이 주는 감동은 빛이 났다. 축복식이 끝나고 채플실을 나설 때에야, 이 예배가 누군가에게 작은 희망과 기쁨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누구보다 바로 우리에게 희망과 기쁨이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어떤 연결은 더 값지다. 채플실에서 나와 이제 또 다음으로 가자.


Coldplay X BTS - My Universe(2021)

   

너와 함께 날아가 When I'm without you, I'm crazy

자 어서 내 손을 잡아 We are made of each other, baby

   

You (you), you are (you are) my universe And

 I (I) just want (just want) to put you first

And you (you), you are (you are) my universe And 

you make my world light up ins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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