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 기획 기사] 손을 얼마나 벌리면 '남성혐오'인 거예요?(황용연)

2022-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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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얼마나 벌리면 '남성혐오'인 거예요?



황용연(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기획위원장)

 


1.


지난번 웹진 글을 끝맺으면서 안산 선수의 경기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하다고 했었는데 극적으로 3관왕을 달성했네요. 앙앙불락대던 인간(?)들이 그 이후로는 야코가 좀 죽은 거 같아서 꼴 좋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마침 소위 '집게손'과 '웅앵웅'에 대해서 글을 써 달라는 편집장님의 청탁을 받았습니다.

 

여성혐오가 꾸준히 문제가 되는 세상에서 요즘은 '남성혐오'라는 것도 이야기해야 되지 않나 뭐 이런 이야기들이 돌고 있습니다. 저는 혐오란 건 원래 지배자들의 수법이라서 저항을 위해 사용될 때는 섬세하게 조율되어야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도 하고(사실 저도 잘 안 됩니다만), 요즘 페미니즘 일각에서 잘못 조준한 혐오의 폐해(퀴어, 트랜스, 이주민 혐오 등)가 나타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합니다. 남성을 향한 혐오란 게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물론 여성혐오와 상응한다(고 우기)는 '남성혐오'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건 당연한 것일 테고요. 여성혐오가 구조적이어서 개인적 차원까지 이르게 된 혐오의 체계라면 남성들이 경험하는 것은 기껏해야 열받은 개인의 감정일 뿐일 테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청탁받은 '집게손'과 '웅앵웅'에 대해서 좀 살펴보니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게 과연 '남성혐오'는 고사하고 혐오라도 되긴 하는 건지.

 


2.


'집게손'이 올해 초 한바탕 논란이 된 후 아직도 어디서 그거 썼다 그래서 남자들이 항의했다 항의 받고 지웠다 하는 이야기들이 이어지는데요. 항의했다, 항의 받고 지웠다는 건 그저 굳이 시끄럽고 귀찮은 꼴 보기 싫다는 것밖에는 아닌 거니 여기에서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른 데서도 많이 보는 그 집게손 모양이 왜 '남성혐오'인가를 이야기하기 위해서 관악여성주의학회 어쩌고 하는 말까지 나왔다는 걸 보고 이런 생각밖에 들지 않더군요. 그 모양이 '남성혐오 집단' 거라는 걸 증명하겠다고 참 별의별 걸 다 뒤졌구나. 그리고 그렇게 별의별 걸 다 뒤지고 하나 건지니 바로 “봐라 이거 '남성혐오' 아니냐”라고 할 수 있다는 건 도대체 이런 인간(?)들이 그려놓고 있는 소위 '페미'의 상이 어떤 것인가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거죠. 마치 국민의 힘 같은 사람들이 과거(아마도 요새도?) '간첩' 혹은 '불순 세력' 하면서 그렸을 법한, 곳곳에 '암약'해 있다가 틈만 나면 뭔가 나쁜 짓을 하는 그런 상을 그려놓고 있구나 싶어서요.

 


3.


'웅앵웅'에 대해서는 아까 썼던 대로, 이게 과연 '남성혐오'는 고사하고 혐오라도 되긴 되는 건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웅앵웅'이 '혐오'받고 있다고 줄기차게 외쳐대는 그 남성들과 쌈질을 자주 하는 여성집단에서 많이 쓰는 말이란 건 알겠어요. 그런데 그래서 뭐가 어떻단 말이냐는 거죠. 특정 여성집단에서 많이 쓰는 말이라고 다 혐오다 이런 건가요?


웅앵웅 말고도 오조오억 어쩌고 하는 거나 이번에 처음 빌미가 되었던 숏컷이나 이게 다 같은 문제, 즉 그 남성들과 쌈질을 자주 하는 여성집단에서 많이 나오는 언행인데 그러니 혐오 아니냐 이렇게 간 거겠죠. 그래서 숏컷이 빌미가 되었을 때 그거 가지고 또 별의별 걸 다 뒤져 보니 웅앵웅도 나오고 오조오억도 나온다 와 대놓고 ‘남성혐오’라고 씹어도 되겠다 이랬던 거겠고요. 이런 행동엔 정말로 '웅앵웅'처럼 찰떡인 말도 없겠다 싶더군요. 그러다가 한번 된서리를 맞긴 했습니다만, '올림픽 3관왕'쯤 되어야지 저런 '웅앵웅'에 된서리가 가능한가 싶은 생각도 한편으로 들긴 하네요.

 


4.


저렇게 '웅앵웅'하는 목소리들에 이제 과거의 혐오 언어들이(빨갱이라던가 전라도 어쩌고라든가) 하나씩 둘씩 얽혀 가는 현상도 봅니다.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이미 북한쯤은 우습게 여겨도 되는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자부심과 그런 '대한민국'을 '좌파'(진짜 '좌파'면 좋기라도 할 텐데...) 정부가 망쳐 간다는 아우성이 저런 얽힘을 자연스럽게 합니다. 그들이 말하는 '좌파' 정부의 지지자들은 저런 아우성에 주로 '토착왜구'니 하는 다른 혐오의 언어로 대답하고 있고 말입니다. 사실 토착왜구니 뭐니를 입에 담는 사람이 '남자'인 경우엔, 그 '남자'들이 “'남성혐오' 있는 거 맞지 않냐”라고 이야기 하는 경우도 많이 봤습니다만.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네요. 그 '좌파' 정부가 얼마 전 이재용을 가석방했고, '좌파' 아닌 정부도 틀림없이 같은 처지라면 이재용을 가석방하겠죠. 그렇게 이미 사회/경제적으로 둘 다 차이가 없으니 정치적으로 할 수 있는 거라곤 저런 혐오의 주고받음밖에 없겠다고요. 시스템 자체가 이미 저렇게 탈출구가 찾기 어렵게 짜여 있으니 혐오 대결 말고 다른 것이 벌어지기는 어렵다는 것이, 여성혐오만 이야기하지 말고 '남성혐오'도 이야기해야 한다는 '웅앵웅'의 근본적 이유 아닐까 싶습니다.

 


5.


그런데 마지막으로 궁금한 거, 도대체 얼마만큼 손을 벌리면 '남성혐오'가 되는 거예요? 이만큼 벌리면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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