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 반복하기
정혜진(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원)
이번 호 웹진의 기획 주제는 ‘제3시대의 2021년도 상반기 톺아보기’다. 연구소의 상반기 활동을 결산하는 컨셉인 만큼 연구소의 실무자들에게 원고를 한 편씩 청탁하면서, 나 역시 연구소의 중대 사업인(!) 웹진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웹진 발행일이 가까워지고 발행에 필요한 업무들을 챙기면서 원고까지 한 편 쓰자니 부담이 커졌다. 그래서 웹진의 주필이신 황용연 연구기획위원장님의 원고에 2021년도 상반기 웹진 기획 주제들에 대한 소회가 실릴 예정이니 웹진 이야기는 그것으로 충분하다며 슬쩍 발을 빼려 했다. 그런데 필자들로부터 원고를 받아 읽어 본 후, 나도 한 마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구소와 깊이 연결되어 있는, 곁의 사람들의 이야기에 감화되어(?) 나도 목소리를 보태고 싶어졌다. 아는 이야기, 항상 들어왔던 말 같은데도 글로 갈무리해 전달되니 사람들의 목소리가 새롭게 들린다.
박사학위 논문 준비에 돌입하기 위해 생활을 간소화하고 해오던 일들을 정리하던 무렵, 우연히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와 함께하게 되었다. 작년에 연구소 월례포럼에서 내 논문을 발표할 기회를 갖게 되었는데, 그 시간은 대학원 진학 이후 내게 손에 꼽히는 아주 특별한 경험이 되었다. 연구자가 되겠다고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논문을 쓰고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지금까지, 내가 쓴 글로 나에게 발표를 청탁해 나의 이야기를 듣고 대화를 나누는 데 꼬박 세 시간을 할애해 준 곳은 제3시대가 유일했다. 다 쓰지 못한 성긴 고민들을 속 시원히 털어놓았다. 나의 이야기를 열정적으로 경청해주고 세심히 읽어주는 사람들과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평가 받을 두려움에서 자유로웠고, 시간에 쫓기듯 발표하고 대답하지 않아도 됐다. 발표 이후에도 그 시간은 연구자로서 행복했던 순간으로 계속 기억됐다. 그리고 제3시대에서 연구활동을 함께 하자고 제안해주었을 때, 연구소가 어떤 사람들에게 성큼 기회를 내어주는 곳인지, 사람들의 말을 어떻게 들을 준비가 되어있는 곳인지 몸소 경험했기에 나는 연구소와 함께 하고 싶었다.
연구소와 함께 하게 된 후, 웹진 편집을 제안 받았다. 매달 발행하는 매거진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 보였다. 연구소는 내게 웹진 운영의 1부터 10까지를 믿고 맡기며, 매거진을 통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라고 했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주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관점을 웹진으로 구성했다. 그렇게 반년이 흘러 6번의 웹진이 발행되었다. ‘코로나가 바꾼 것과 남긴 것’(제173호), ‘평등한 조직과 '정상성' 그리고 폭력’(제174호), ‘또래문화와 학폭, 과거를 책임진다는 것’(제175호), ‘공정성과 ‘영끌’’(제176호), ‘차별금지법과 퀴어링 실천’(제177호) 그리고 ‘제3시대의 2021년도 상반기 톺아보기’(제178호). 모호한 아이디어를 필자들에게 던지며 글을 만들어 봐달라고 요청하고 필자들 나름의 독창적인 결과물을 보는 즐거움은 쏠쏠했다. 글쓰기가 익숙하지 않거나 자신이 없다고 이야기하지만 꿈틀대는 글쓰기의 욕망을 감출 수 없는 친구들을 독려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보이는 일은 정말 뿌듯했다. 사람들의 글을 성실히 읽고 그들이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빛나는 지점이 어디인지 포착해 압축적으로 전달하는 ‘여는 말’ 쓰기도 보람됐다. 그렇게 매달 찾아오는 웹진 발행의 시간은 즐거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부담이 되었다. 한 달이라는 주기는 생각보다 짧았다. 아니, 그보다는 ‘꾸준한 반복’ 행위의 무게가 어마어마했다. 월 1회 발행을 겨우 지속해오던 중, 또 하나의 반복이 추가됐다. 2주에 한 번 클럽하우스에서 웹진의 필자들과 대화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꾸준히 컨텐츠를 생산해 그것을 주기적으로 세상에 내보이고 나아가 생산물에 대한 직접적인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것. 웹진에 실린 모든 글의 1호 독자로서 글에 대한 적극적인 소통의 장을 만드는 것은 욕심나는 일이었다. 그리고 데모 방송까지 포함해 아직 3회밖에 진행되지 않았지만, 솔직히 재미있다. 글의 뒷이야기와 행간의 사연, 글쓴이에 대한 관심! 그러나 역시 반복은 힘들다. 쉴 수도 없고 도망갈 수도 없다. 때론 늦더라도 반드시 약속 장소에 도착해야 한다. 계속해야만 한다!
처음 웹진을 기획 형태로 전환하면서 나는 몇 가지를 생각했다. 1)정기적으로 기획 주제를 구성하고 몇 편의 글을 꾸역꾸역 실어낼 수 있는 근력 만들기. 2)연구소 내부적으로 글을 생산해내는 역량을 꾸준히 키워나가기. 3)저명한 인사가 아닌, 우리 곁의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얼마나 멋진지 보여주기. 4)연구소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를 실어 참여자들과 소통하기. 5)기획 주제와 관련되는 민중신학 텍스트 전문(全文)을 매호 소개하기. 6)접근이 용이하고 매력적인 웹진 플랫폼에 대한 고민. 천천히 실행해나가고 있는 중이지만, 아직 다양한 필자를 만나지는 못하고 있다는 점은 아쉽다. 웹진 <제3시대>는 ‘열려 있는 지면’을 지향하고 ‘새로운 필자들’과의 만남을 기대하기에 청탁으로만 글을 싣는 것이 아니라 투고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앞으로 더욱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웹진에 담기기를 희망한다. “앞으로도 웹진 <제3시대>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리며, 웹진에 글을 기고하기 원하시는 분은 언제든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공식 메일 3era@daum.net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웹진 <제3시대>
한 달에 한 번 반복하기
정혜진(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원)
이번 호 웹진의 기획 주제는 ‘제3시대의 2021년도 상반기 톺아보기’다. 연구소의 상반기 활동을 결산하는 컨셉인 만큼 연구소의 실무자들에게 원고를 한 편씩 청탁하면서, 나 역시 연구소의 중대 사업인(!) 웹진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웹진 발행일이 가까워지고 발행에 필요한 업무들을 챙기면서 원고까지 한 편 쓰자니 부담이 커졌다. 그래서 웹진의 주필이신 황용연 연구기획위원장님의 원고에 2021년도 상반기 웹진 기획 주제들에 대한 소회가 실릴 예정이니 웹진 이야기는 그것으로 충분하다며 슬쩍 발을 빼려 했다. 그런데 필자들로부터 원고를 받아 읽어 본 후, 나도 한 마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구소와 깊이 연결되어 있는, 곁의 사람들의 이야기에 감화되어(?) 나도 목소리를 보태고 싶어졌다. 아는 이야기, 항상 들어왔던 말 같은데도 글로 갈무리해 전달되니 사람들의 목소리가 새롭게 들린다.
박사학위 논문 준비에 돌입하기 위해 생활을 간소화하고 해오던 일들을 정리하던 무렵, 우연히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와 함께하게 되었다. 작년에 연구소 월례포럼에서 내 논문을 발표할 기회를 갖게 되었는데, 그 시간은 대학원 진학 이후 내게 손에 꼽히는 아주 특별한 경험이 되었다. 연구자가 되겠다고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논문을 쓰고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지금까지, 내가 쓴 글로 나에게 발표를 청탁해 나의 이야기를 듣고 대화를 나누는 데 꼬박 세 시간을 할애해 준 곳은 제3시대가 유일했다. 다 쓰지 못한 성긴 고민들을 속 시원히 털어놓았다. 나의 이야기를 열정적으로 경청해주고 세심히 읽어주는 사람들과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평가 받을 두려움에서 자유로웠고, 시간에 쫓기듯 발표하고 대답하지 않아도 됐다. 발표 이후에도 그 시간은 연구자로서 행복했던 순간으로 계속 기억됐다. 그리고 제3시대에서 연구활동을 함께 하자고 제안해주었을 때, 연구소가 어떤 사람들에게 성큼 기회를 내어주는 곳인지, 사람들의 말을 어떻게 들을 준비가 되어있는 곳인지 몸소 경험했기에 나는 연구소와 함께 하고 싶었다.
연구소와 함께 하게 된 후, 웹진 편집을 제안 받았다. 매달 발행하는 매거진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 보였다. 연구소는 내게 웹진 운영의 1부터 10까지를 믿고 맡기며, 매거진을 통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라고 했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주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관점을 웹진으로 구성했다. 그렇게 반년이 흘러 6번의 웹진이 발행되었다. ‘코로나가 바꾼 것과 남긴 것’(제173호), ‘평등한 조직과 '정상성' 그리고 폭력’(제174호), ‘또래문화와 학폭, 과거를 책임진다는 것’(제175호), ‘공정성과 ‘영끌’’(제176호), ‘차별금지법과 퀴어링 실천’(제177호) 그리고 ‘제3시대의 2021년도 상반기 톺아보기’(제178호). 모호한 아이디어를 필자들에게 던지며 글을 만들어 봐달라고 요청하고 필자들 나름의 독창적인 결과물을 보는 즐거움은 쏠쏠했다. 글쓰기가 익숙하지 않거나 자신이 없다고 이야기하지만 꿈틀대는 글쓰기의 욕망을 감출 수 없는 친구들을 독려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보이는 일은 정말 뿌듯했다. 사람들의 글을 성실히 읽고 그들이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빛나는 지점이 어디인지 포착해 압축적으로 전달하는 ‘여는 말’ 쓰기도 보람됐다. 그렇게 매달 찾아오는 웹진 발행의 시간은 즐거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부담이 되었다. 한 달이라는 주기는 생각보다 짧았다. 아니, 그보다는 ‘꾸준한 반복’ 행위의 무게가 어마어마했다. 월 1회 발행을 겨우 지속해오던 중, 또 하나의 반복이 추가됐다. 2주에 한 번 클럽하우스에서 웹진의 필자들과 대화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꾸준히 컨텐츠를 생산해 그것을 주기적으로 세상에 내보이고 나아가 생산물에 대한 직접적인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것. 웹진에 실린 모든 글의 1호 독자로서 글에 대한 적극적인 소통의 장을 만드는 것은 욕심나는 일이었다. 그리고 데모 방송까지 포함해 아직 3회밖에 진행되지 않았지만, 솔직히 재미있다. 글의 뒷이야기와 행간의 사연, 글쓴이에 대한 관심! 그러나 역시 반복은 힘들다. 쉴 수도 없고 도망갈 수도 없다. 때론 늦더라도 반드시 약속 장소에 도착해야 한다. 계속해야만 한다!
처음 웹진을 기획 형태로 전환하면서 나는 몇 가지를 생각했다. 1)정기적으로 기획 주제를 구성하고 몇 편의 글을 꾸역꾸역 실어낼 수 있는 근력 만들기. 2)연구소 내부적으로 글을 생산해내는 역량을 꾸준히 키워나가기. 3)저명한 인사가 아닌, 우리 곁의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얼마나 멋진지 보여주기. 4)연구소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를 실어 참여자들과 소통하기. 5)기획 주제와 관련되는 민중신학 텍스트 전문(全文)을 매호 소개하기. 6)접근이 용이하고 매력적인 웹진 플랫폼에 대한 고민. 천천히 실행해나가고 있는 중이지만, 아직 다양한 필자를 만나지는 못하고 있다는 점은 아쉽다. 웹진 <제3시대>는 ‘열려 있는 지면’을 지향하고 ‘새로운 필자들’과의 만남을 기대하기에 청탁으로만 글을 싣는 것이 아니라 투고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앞으로 더욱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웹진에 담기기를 희망한다. “앞으로도 웹진 <제3시대>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리며, 웹진에 글을 기고하기 원하시는 분은 언제든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공식 메일 3era@daum.net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웹진 <제3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