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 기획 기사] 제3시대 안과 밖(이성철)

2022-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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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시대 안과 밖



이성철(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원)


 

친구 따라 제삼시대에 왔다. 재작년말 전역을 하고 신대원 입학을 앞둔 시기였다. 열정으로 가득하던 시기에 민중신학 강좌 조교를 하면 강좌를 돈 안내고 수강할 수 있는데 할 생각이 있냐는 친구의 말에 생각해보겠다고 말을 했다. 그렇게 두 달 뒤 제삼시대 그리스도교 연구소의 연구원이 되었다.

 

민중신학은 학문적 방향성뿐만 아니라 내 삶과 세상을 향한 물음을 끊임없이 던져주었다. 연구소 실장님들은 모르시겠지만 학부시절 오산에서 올라와 당시 한백교회와 기사연 지하의 이제홀에서 진행하던 월례포럼을 기웃거렸다. 그곳엔 학교와 교회에서 채워주지 못한 담론과 민중신학의 이론적 작업들이 이뤄지고 있었다. 혼자 어떻게 가게 되었는지, 포럼에서 다뤘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곳에서 민중신학과 세상을 읽고 진지하게 나눈 토론의 열기가 내게 아직 남아있다.

 

연구소라니. 그동안 경험했던 모든 것 중에 가장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연구원이라고 나를 소개하기가 여전히 머쓱하다. 처음에는 민중신학과 방대한 담론들에 압도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다보니 연구소의 작은 부분들에 정이 들었다. 연구소와 함께 하는 사람들, 연구소에 관심과 지지로 연결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즐겁다. 연구하지 못하는(?) 연구원의 포지션으로 지내며 내가 있을 수 있는 곳이라면 다른 많은 사람들과도 함께 할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내가 연구소의 희망이라는 최면을 걸고 활동한다.

 

본 연구소는 배제와 차별이 없는 세계를 꿈꿉니다. 특히 한국사회와 아시아 민중의 고통의 소리를 듣고, 그들의 해방을 지향하는 여러 신학(민중신학, 여성신학, 토착화신학 등)을 모색함으로써  우리가 꿈꾸는 세계를 향한 하느님나라 운동에 동참하는 신학운동의 일원이고자 합니다.

 

한번쯤 연구소의 메일을 받아보신 분들은 보셨을 제삼시대를 소개하는 문장이다. 우리는 묵묵히 하느님 나라 운동으로서 우리의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해 전처럼 얼굴을 마주하진 못하지만 모두 단절되었다는 점에서 연결되었다. 코로나19는 우리를 더 많은 것에서 느슨하게 연결되게 만들었다. 희미한 연결들 속에 새로운 방식으로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우리는 제삼시대 색의 빛을 끊임없이 세상에 흘려보낸다. 우리의 빛은 사람과 사건이 이야기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그런 진정성을 얻기 위해 우리는 제삼시대의 방식으로 세상에 말을 걸고, 담론으로 응답한다. 누군가의 생김새만 아는 것과 그의 목소리, 더 나아가 그의 생각과 그를 둘러싼 시간과 환경을 알아가고자 하는 노력은 이야기가 담긴 순간을 찾아내는 데 큰 차이를 만들기 때문이다.

 

제삼시대의 안과 밖이라는 주제로 글을 써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연구소에 대한 소회가 되어버린 것 같다. 생각해보니 나에게 제삼시대는 안과 밖이 분리되지 않는다. 이론적인 공간이지만 결국 사람이 움직이는 곳이다. 우리는 이제 우리의 빛과 함께 빛날, 사람과 현장을 새롭게 이어나가며 자극을 주고받을 새로운 빛들과 연결되어야한다. 좀 더 자유롭게 많은 사람들이 연구소의 안과 밖이라 생각하는 경계를 넘나들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 웹진 <제3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