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 기획 기사] 대선을 둘러싼 혼란과 곤혹 속에서(강태경)

2022-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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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둘러싼 혼란과 곤혹 속에서



강태경(대학원생노조 정책위원장)

 


제20대 대선이 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2021년 12월 초를 기준으로,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반응이 유권자의 절반에 근접하고 있고 지지율은 윤석열 후보가 앞서고 있다. 이번 대선이 더욱 혼란스러운 이유는 우리 사회의 정세가 국내외적으로 불안함에도 불구하고 거대 양당의 후보 둘 다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확정된 이후 발표된 ‘전국학생행진’의 성명 「20대 대선, 좌파의 선택은 정권교체여야 한다」에 대한 격렬한 논란은 사회운동의 입장에서 대선에 대해 논하는 것의 어려움을 잘 보여주었다. 성명은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이재명 후보의 포퓰리즘과 정책 실패를 지적하면서 정권교체가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주장하였다.1) 특히 좌파라면 정권교체를 위해 “윤석열 후보 지지를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은 논란을 부추겼다. 성명이 작성된 게시판은 조롱과 비난의 댓글로 가득 찼다.

 

대선의 향방이 어떻게 되든 결국 보수계열 정당의 후보 또는 민주당 계열의 후보 중 한 명이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선에 대한 사회운동의 곤란은 반복된다. 소선거구제를 기본으로 하는 한국에서는 양당제가 자리 잡고 있고2) 진보정당 건설의 실패를 이미 경험했다. 결국 민주노총을 포함한 여러 운동진영의 대전략은 세월호 참사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으로 촉발된 촛불시위에 적극 참여해 대통령 탄핵과 정권교체를 이룬 뒤, 운동에 참여했던 지분을 활용하여 민주당을 매개로 제도권 정치에 개입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과거의 실패와 제도적 제약을 고려할 때 현실적인 전략이기도 했다. 촛불운동이 강했을 때는 새누리당 세력을 아예 밀어내고 민주당이 우파, 정의당이 좌파의 포지션을 갖는 전망도 잠시 가져 볼 수 있었지만, 위성정당의 등장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실패하고 총선에서 거대 여당이 만들어지면서 기대는 무산되어버렸다.

 

곤란한 상황에 대응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탈출하거나(exit), 목소리를 내어 항의하거나(voice), 감내하는(loyalty) 방법이다.3) 첫째, ‘탈출’의 논리는 사회운동의 본질이 대선으로 환원될 수 없으며, 우리에게 적합하지 않은 프레임이라면 과감하게 떠나 다른 실천을 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이다. 이는 독자적 실천을 추구하므로 중장기적 전망을 유지하는 안정성이 있다. 하지만 제도화된 정치를 외면한다는 점에서 힘이 약하다. 둘째, 목소리를 내어 ‘항의’하는 것은 민주당을 비판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형식은 거대 양당에 대한 양비론 이후 군소정당을 지지하는 움직임이 될 수도, 혹은 양당제의 현실을 인정하고 정권심판을 하는 스윙보트(swing vote)가 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감내’하는 방법은 민주당을 여전히 지지하면서 정책적 개입으로 운동의 내용을 구성하는 것이다.4) ‘전국학생행진’의 입장은 두 번째 방법인 ‘항의’ 중에서도 스윙보트인 셈이다. 군부정권에 대한 정치적 연계가 청산되지 않은 보수당을 지지하는 것은 사회운동에서 금기이므로 ‘전국학생행진’이 택한 방향에 대한 논란은 격해졌다. 성명을 비난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스윙보트는 군부독재로부터 이어져 온 기득권에 대한 저항을 포기하는 행위이기도 했다.

 

하지만 전체 운동의 관점에서 탈출, 항의, 감내라는 세 유형 중 반드시 하나만을 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여러 조합이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성명 사건은 우리의 금기를 드러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 금기를 깨고 운동의 전술을 스윙보트에까지 열어 놓고 생각함으로써, 민주당 지지 세력화로 인해 외면됐던 비판의 영역을 확장하는 것은 유효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 다만 그 성명이 가진 경직성 역시 비판할 수 있다. 지난 역사 속에서 민주당을 매개로 했던 정치적 개입 역시 현실적으로 포기할 수 없는 운동 전략 중 하나이다. 따라서 민주당의 포퓰리즘 비판과 노동운동의 노선 비판 모두 무겁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지만 ‘청산주의’는 경계해야 한다.

 

너무나 많은 층위에서 구조적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이 지금의 정세이다. 노동-자본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분야가 늘어나고, 인공지능과 같은 정보통신 기술의 변화와 자동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지며, 양적 완화로 인한 부동산 및 자산 격차는 엄청나게 벌어지고 있다. 환경적으로는 기후위기가 눈 앞에 닥쳐 왔다. 국내 산업정책의 기민한 대응이, 결국에는 대규모의 재정정책이 요구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기본소득은 복지와 전략적 재정정책을 포기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패착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기본소득이 이단적 자유주의의 한 형태로서 혁신적인 사회안전망이 될 가능성을 완전히 폐기할 수도 없다. 제도가 형성되는 과정에서의 현실성이 어떻게 갖추어지느냐가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외교적으로는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와중에 한국은 미중 사이에 끼어 있다. 미국은 산업을 안보와 결부시키고 동맹을 적극적으로 동원하면서 양자택일의 압박도 한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 입장에서도 포기하기 어려운 시장이자, 다양한 제품과 필수 재료, 부품을 공급하는 공장이다. 이것은 한국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즉, 과거 미국-소련의 갈등처럼 뚜렷한 단절은 발생하기 힘들고, 미중은 세계시장에서의 주도권을 놓고 계속 주변국과 합종연횡을 계속할 것이다. 외교적으로는 안보와 경제 둘 다 고려하더라도 미국과 중국 중의 양자택일이 아닌 상황과 때에 맞는 판단이 우리에게 계속 요구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바라보는 여러 사람들의 해석과 판단은 균열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그 안에서 우리는 변화의 계기를 찾을 것이며 운동의 대안을 찾을 것이다. 그렇기에 ‘열린 결말’의 토론이 더욱 필요하다. 상황은 갈수록 복잡해지는데 토론의 문화와 공간마저 사라져가고 있다. 대선 후보의 개인 비리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정치적 정당성의 논리를 장악하면서 정치는 사법화되었다. 유튜브나 SNS 등의 온라인 중심적 여론 형성 과정에서 자극적이고 단순한 입장의 컨텐츠가 숙고와 반성을 유도하는 컨텐츠를 압도하고 확증편향을 부추기면서 언론은 정치화되었다. 사회적 소통의 방식이 더욱 혼란을 부추기고 있는 양상이다. 이 와중에 운동이 대선을 바라보는 관점은 양자선택이라는 틀을 넘어설 수 있을까? 대선을 바라보는 곤란함 속에서 우리 자신을 속박하고 있는 것과 대면하며, 금기를 넘어서고 진영론을 넘어서는 열린 관점, 경계 짓지 않는 토론의 자세를 갖추는 계기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

 


1) ‘전국학생행진’의 성명의 주된 쟁점을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마르크스주의를 근거로 하는 사회운동의 전망은 포퓰리즘과는 다른 입장인데 더불어민주당과의 연대는 포퓰리즘을 강화하며, 더욱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포퓰리즘의 경제학적 오류가 심각하기 때문에 노동과 자본 두 계급의 공멸이 예상되므로 파국을 막기 위해서는 자유주의적인 윤석열 후보가 낫다는 것이다. 성명과 그 주변 주장들의 주요 논리는 마르크스주의는 자유주의와 대립각을 세우지만 기본적으로 자유주의가 이룩한 개인의 자유라는 지평에서 논의를 전개한다는 것이다. 즉, 자유주의의 모순인 소유권에 근거를 둔 착취와 전유를 비판하고 노동권에 입각한 노동대중의 정치경제적 시민권을 주장하는 것이 사회운동의 요점이므로 두 계급의 공멸이 예상될 때는 자유주의라도 지켜야 한다는 논리이다. 성명의 배경이 되는 논리와 근거는 다음을 참고하시오. 윤소영 외 (2020), 『문재인 정부 비판』, 공감; 사회진보연대 (2021), 「이재명 대통령이 위험한 이유」. 

2) 소선거구제를 선택하면 양당제가 출현한다는 뒤베르제의 법칙을 참고할 수 있다. 최소한 지역구 단위에서의 뒤베르제의 법칙은 예외가 매우 드물며 따라서 전국정당의 분포는 기본적으로 양당제가 된다. 그렇다고 다당제와 의원내각제가 제도적 대안이냐고 한다면 그 또한 확언할 수 없다. 의원내각제에서의 총리는 의회 다수당의 수장이자 행정부의 수장이 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여소야대가 가능한 대통령에 비해 더 강력한 권력의 집중을 가져올 수 있다.

3) Hirshman, O. Albert (1970), Exit, Voice, and Loyalty, Harvard University Press.

4) 좀 더 넓게 보면, 임종석과 이인영 등으로 대표되는 586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의 행보는 과거 민족해방파(NL) 계열이 ‘감내 전략’으로 민주당에 진입하여 권력을 잡은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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