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 기획 기사]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돌봄은 사회의 책임(한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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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돌봄은 사회의 책임

 


한보성(문학/지식사회학 연구자)

 


한국 백신 접종 완료율이 70%를 돌파했다고 한다. 변종 바이러스의 돌파 감염에 대한 우려가 전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장기간의 사회적 거리두기 및 집합금지에 지쳐 있던 많은 이들에게서 반가워하는 반응이 보인다. 물론 백신 접종률 증대에 따라 기대되는 “단계적 일상회복”은, 재난으로 인해 더 큰 고통을 겪었던 사람들에게까지 평등한 ‘일상’을 돌려주어야 진정한 의미에서의 ‘회복’이라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재난 그 자체는 사라진 것처럼 보여도 재난이 남긴 상흔은 여전히 남아 재난 상황에서 크게 희생했던 이들을 괴롭힐 것이기 때문이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사태 이후 라디오에는 휴직하고 아이를 돌본다는 청취자 사연이 크게 늘었다.(변진경·김명희·임승관, 『가늘게 길게 애틋하게-감염병 시대를 사랑내는 법』, 시사인, 2020) 학교나 유치원 등의 교육·돌봄시설이 비대면으로 전환하면서 발생한 돌봄노동이 여성노동자의 부담이 되었다는 것이다. 여성취업자 수의 감소를 나타내는 통계 역시 고용충격이 기혼여성, 그 중에서도 미성년 자녀를 지닌 기혼여성에게 집중되었다며, 그동안 공적 영역이 일부 담당하고 있던 교육·돌봄이 특히 ‘여성’들에게 전가되었음을 지적하고 있다.(김지연, 「코로나 19 고용충격의 성별격차와 시사점」, 『KDI 경제전망』, 2021 상반기)

 

대면 접촉을 통해 전파되는 바이러스의 특성상, 초기 몇 달은 위기 상황의 지속 여부에 대한 예측이 어려워 교육기관 및 돌봄시설에 대한 정책 자체가 장기적 성격을 갖지 못한 채 그때그때의 확진자 수에 따라 문을 여닫던 정황이 이해가 어려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햇수로도 2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대면 교육체계가 상당히 중단된 채 막대한 돌봄공백이 발생했는데 그에 대한 지원은 역부족이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에서 펴낸 『성평등 생활사전 재택노동 편』에 수록된 여성 노동자의 재택근무와 돌봄·가사노동을 묻는 설문조사에서는, 코로나 이후 일과 돌봄·가사 노동이 1시간 이상 증가했다는 응답이 49.7%에 달했으며, 그에 따른 스트레스 증가(37.2%) 및 가족·동거인 간의 갈등이 증가했다는 응답(15.5%)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수치로 드러나 돌봄 노동의 부담이 상당함을 보여준다. 정부도 심각성을 인지해 아동돌봄쿠폰이나, 가족돌봄휴가와 같은 제도를 시행·지원했음에도, 실제로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었던 가구는 돌봄이 필요한 수요에 훨씬 못 미쳤다.(김지현, 「코로나19는 가족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복지국가연구센터) 제도의 시행 여부가 돌봄이 필요한 이들에게 잘 홍보되지 않았고, 또한 국가가 비용을 지원하더라도 기업이 가족 돌봄에 친화적이지 않거나 고용형태가 안정적이지 못해 제도를 실제로 이용하기가 쉽지 않았던 노동자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의 설문조사에서도, 긴급돌봄 등의 제도가 현재 시행되고 있는 것보다 확대되어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151명에 달해, 돌봄 지원이 그 수요자들의 필요성에 상당한 정도로 못 미쳤음을 시사한다. 여러 설문·통계 등으로 드러난 여성들의 돌봄 부담은, 여성 종사자 비중이 높은 대면서비스업의 위축과 함께 코로나 사태 이후의 여성 고용률이 대폭 하락한 양대 원인인 것이다.

 

팬데믹 시대의 돌봄공백의 부담을 여성들이 짊어질 수밖에 없던 것은 가사노동과 돌봄이 그 속성상 멈출 수 없고, 그것에 인간의 생존과 재생산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통계로 우선 나타난 미성년 자녀에 대한 돌봄 외에도, 노인이나 환자, 장애인 등 타인의 돌봄에 어느 정도 의존해야 하는 이들에 대한 돌봄 역시 가족이 대부분을 떠안아야 했다.(「“혼자 약봉지도 못 뜯는데…” 방치되는 장애인 확진자들」, 『한겨레』, 2020.12.17.) 대부분은 가족 구성원 중에서도 특히 여성이 동원되었으리라 추측하기가 어렵지 않다.

 

물론 한국 사회에서 가사노동과 돌봄의 부담이 코로나 이전에도 평등했던 것은 아니다. 통계청의 2019 생활시간조사 결과에서는, 기혼부부의 가사노동시간이 맞벌이의 경우 남편(54분)보다 아내(3시간 10분)가 훨씬 길며, 남편만 취업한 경우에도 남편(53분)의 부담은 거의 그대로인 채 아내(5시간 41분)만 길어지나, 아내만 취업한 경우에는 남편(1시간 59분)에 비해 아내가 더 긴 시간(2시간 36분)을 가사노동에 투입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사노동은 현격히 젠더화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코로나 사태에서 발생한 막대한 돌봄공백은 그에 대한 여성의 부담을 상당한 속도로 가중시켰다.

 

여성은 돌봄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 취업에 더 불리하고 실업 상태에 놓일 확률이 높아지는 한편, 바로 이러한 기대를 포함한 성차별 때문에 더 적은 임금을 받아 가족 구성원 중 한 사람이 돌봄을 부담해야 할 때 일을 그만두어야 한다는 압력을 더 강하게 받는 경향이 있다. 팬데믹 시대의 학교 휴교 및 유치원·어린이집 휴원 등으로 많은 여성들이 일을 그만두고 육아를 담당하게 된 원인이 여기에 있다.

 

그러나 애초에 여성이 돌봄에 더 적합하거나 잘하는 것이 아니라(비록 여성이 성장기와 생애주기의 여러 단계에서 돌봄을 더 잘 수행하도록 사회화되더라도) 남성이 돌봄을 외면해도 되도록 자본주의의 임금 체계가 부추겨 온 것이다. 가족임금체계에 의해 여성은 (심지어 가계를 책임지는 여성이더라도) 훨씬 더 낮은 임금을 받고, 더 쉽게 해고당해 왔다. 이러한 문화는 여성으로 하여금 남성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높이는 한편, 가정 내의 일로 취급되기에 시장 경제 바깥에 있는 돌봄노동을 책임지도록 했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인간의 생존에 불가결한 이 ‘무급노동’에 의존하고 있음에도, 화폐화되지 않는 돌봄을 대가를 치르지 않고 이용해 왔다.(크리스틴 R. 고드시, 『왜 여성은 사회주의사회에서 더 나은 섹스를 하는가』, 이학사, 2021.)

 

많은 이들의 희망대로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바이러스 확산이 가져다 온 위협이 머지않은 시기에 완화·종식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에서의 ‘포스트 코로나’란 전염병에 대처하며 동원된 노동에 대한 생색내기식 추켜세우기가 아니라, 그것이 추후에나마 제대로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전사회적 ‘인정’을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당연히 자본주의 시대 내내, 그리고 코로나 국면에서는 더 심화된 특정 성별에게 부담된 돌봄노동에 대한 인정이 포함되어야 한다. 그것은 ‘돌봄’이 단순히 가정 내에서 수행되는 이른바 ‘사랑의 행위’ 따위가 아니라, 누구나 돌봄이 필요한 존재임을 인식하고 필요에 따라 돌봄을 지원할 수 있는, 성평등의 악화라는 돌봄의 사회적 비용을 감당해야 할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난만이 사회적 책임의 대상이 아니라 재난으로 인한 불평등 역시 사회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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