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 비평연습 특집] 빵 부스러기(마가 7:24-30) : 비평연습 4회차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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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부스러기(마가 7:24-30) : 비평연습 4회차 글쓰기



김현주(대전보건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어린 시절 학교를 마치고 친구들과 오다가 집으로 들어가는 골목에 닿으면 더는 가지 않고 친구들에게 안녕! 했다. 이상하지. 길은 이어져 있고 경계는 없었지만 더 나아가서는 안 될 것 같은 심정의 벽을 느꼈다. 그 골목에 닿기 전에 자기 집으로 들어가는 친구들은 학교가 너무 가까워서 부러웠고, 그 골목에서 더 걸어가야 하는 친구들의 집들은 먼발치에서 아득했다. 기억 속의 나는 그 경계에서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가지 못한다. 막상 가보면 고갯마루가 이어져 있지마는 왜인지 무섭고 신비로운 세계가 숨겨져 있을 것처럼 느껴지는 산 너머처럼, 어린 시절 집으로 오는 길에는 보이지 않는 경계들이 첩첩이 드리워져 있었다.

 

본문에서 예수는 두로 지역으로 간다. 다른 사본에는 ‘두로와 시돈 지역으로’ 갔다고 기록되어 있다. 갈릴리 바다를 건너 게네사렛까지 찾아온 바리새인들 및 율법학자들과 율법을 어떻게 해석할까 한바탕 논쟁을 마친 후였다. 구약 역사서는 가나안을 점령한 이스라엘의 국경을 ‘단에서 브엘세바까지’로 요약한다. 브엘세바는 남쪽 경계고 단은 북쪽 경계다. 두로는 단과 위도가 거의 비슷하고 시돈은 조금 더 북쪽으로 떨어져 있다. 제국의 땅이라 쉽게 넘을 수 있는 경계였지만 유대인의 심정에서 두로는 이방 땅이었다. 예수는 이 경계를 방금 넘은 것이다.

 

사실 이 경계를 넘을만한 상황이었다. 당시 갈릴리 바다 북안 게네사렛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바리새인들과 율법학자들이 논쟁하러 예수를 찾아 왔고, 오병이어를 얻어먹은 군중들은 오늘은 또 무슨 먹거리를 줄까 궁금하여 몰려들었다. 아픈 사람들은 병을 고치려 보호자와 함께 몰려들었다. 제자들은 밤새 배를 타고 갈릴리 바다를 건넌 참이었다. 그리고 예수는 한밤중에 물 위를 걸어서 바다를 건넜다. 배가 없었던 거다. 그 시끌벅적한 가운데 논쟁이 벌어졌으니 말 그대로 야단법석(惹端法席)이었다. 그 전에도 예수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제자들을 배에 태워 보내버린 적이 있다(마가 6:45-46). 그러다 이제 더는 안 되겠다, 바리새인들이 쫒아오지 못할 곳으로 가자, 고 이방 땅으로 넘어가신 것 같다. 마가복음 기자는 예수는 아무도 모르게 숨으려고 했다고 기록한다(마가 7:24).

 

예수의 은신처에 그리스 여인이 찾아온다. 논쟁하러 온 것도 아니고 빵을 얻어먹으러 온 것도 아니었다. 대화 가운데 빵이 언급되기는 하지만 여인의 관심사는 빵이 아니었다. 어미는 자기 입에 들어가는 빵보다 자식이 삼키는 빵이 더 배부른 법이다. 이 여인의 소원은 자기 딸이 낫는 것이었다. 아람어로 말하는 예수와 헬라어를 쓰는 여인이 어떤 언어로 대화하였을지 궁금하다. 적어도 이 여인은 예수 앞에 저자세로 엎드려 간절히 소원을 빌었다.

 

예수는 거절한다. 자식에게 줄 빵을 개에게 줄 수 없다고, 아마도 단호히 말한다. 민중신학자 김진호는 이 장면에서 예수가 귀족 여인을 개 취급함으로써 두로에서 이주노동자로 살아가던 갈릴리 민중들의 현실을 거꾸로 적용하였다고 해석한다(https://owal.tistory.com/624). 이렇게 해석한다면 예수의 말은 통쾌하도록 매섭고 차가웠을 것이다. 또 다른 이는 이 여인이 “하느님의 잔치상이 넘쳐흐른다는 사실을 예수님이 인정하도록” 한 수 가르쳤다고 평가한다(https://url.kr/ca6ups). 이런 장면에서라면 예수는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었을지 모른다.

 

마가복음은 로마 군단이 예루살렘 성전을 산산이 부수고 메시야공동체와 예루살렘 교회를 파괴하며 유대 전역을 쓸어버린 정복전쟁(AD 63-70)을 겪으며 이것이 마지막이 아님을 깨달은 마가공동체가 신앙의 고백을 남긴 구전이다. 공동체는 사라졌고 말씀만 남았다. 그런 시각에서 마가 문헌에 기록된 수로보니게 여인은 새끼를 품고 불에 끄슬린 암탉의 품에서 생존하여 기어 나오는 병아리와 같은 느낌을 준다. “예루살렘아, 예루살렘아, 네게 보낸 예언자들을 죽이고, 돌로 치는구나! 암탉이 병아리를 날개 아래 품듯이, 내가 몇 번이나 네 자녀들을 모아 품으려 하였더냐! 그러나 너희는 원하지 않았다. (마태 23:37, 누가 13:34)” 하나님도 자식에게 빵을 주고 싶지만 먹지를 않아 고통스러운 어미였다. 고통에서라면 지지 않을 이 여인은 자식의 병을 고치기 위해 개라도 되겠다고 한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품어 구하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를 않았다. 그러면 나를 구해 주십시오. 그 품에 나라도 품어 살리십시오. 여인은 이렇게 애원하고 있다.

 

경계 안쪽에서 군중들은 요구한 것은 입으로 먹을 빵이었다. 예수는 영원히 배고프지 않을 생명의 빵을 주겠다 하여도 군중들은 됐다고, 빵이나 달라고 요구했다. 모세의 히브리인들이 광야에서 매일 만나를 먹고도 생명의 양식을 먹지 못하여 가나안에 닿기 전에 죽어버린 이야기를 하여도 그들은 예수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것이 소위 메시야공동체의 정체였다. 예수가 그토록 주고 싶었던 빵에 군침을 흘리는 여인을 경계를 넘어 이방 땅에서 만나다니 얼마나 역설적인가.

 

예수는 이스라엘의 경계를 넘어서 헬라 여인을 만났고, 말마따나 자식에게 줄 빵을 개에게 주었다. 사실 먹겠다는 자식이 없어 남은 빵이 바닥을 굴러다니다가 개의 입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이 사건이 예표라도 된 것처럼, 복음은 이스라엘 경계를 넘어 마케도니아를 거쳐 고린도를 지나 로마로 흘러들어갔고 예수의 복음은 바울의 입을 빌려 코이네 헬라어로 기록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도 그 부스러기를 먹고 있다.

 

덧붙여, 지금 교회가 가진 진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가 생각해보자. 하나님의 빵은 자식의 입으로 들어가 살찌우고 있는가. 여전히 입맛없는 자식들 앞에서 천덕꾸러기처럼 굴러다니고 있지는 않은가. 그러면 이 식탁 앞에서 군침을 흘리는 이방인은 누구일까. 우리 시대에 복음은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구현될까. 우리는 예수처럼 우리 앞에 보이지 않는 막막한 경계를 넘어 낯선 땅으로 들어가 지낼 수 있다. 거기서 우리를 찾아오는 낯선 사람들의 간절한 바람을 들을 수도 있다. 새로움에 마음을 열고 복음의 새로운 맛을 느끼는 소망의 식탁에 어색하게나마 앉게 된다면 얼마나 큰 영광일까.

 

ⓒ 웹진 <제3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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