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봄, 서평] 민중신학과 생태신학의 연결고리를 생각하며: 최형묵, 『민중신학 개념 지도』(동연, 2023) 서평

2024-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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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신학과 생태신학의 연결고리를 생각하며:

최형묵, 『민중신학 개념 지도』(동연, 2023) 서평

김서영(맨체스터대학교 우수연구원)

 

 

생태신학 연구자로서, 생태신학과 한국의 정치-사회적 상황에서 태동한 민중신학과의 연구에 관심이 있던 중, 민중신학에 대해 맥을 잡아주는 『민중신학 개념 지도』 책을 발견하였다. 특히 저자는 필자가 오랫동안 존경해 온 민중신학자로서,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선사할 새 책을 출판하셨음에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감사드린다.

 

책 제목에서부터 서설, 방법, 내용, 전망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민중신학의 요체를 파악하는 길잡이 역할을 하기를 바라는 저자의 소망을 담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의 특징은 한국 근현대사와 사회 역사적 맥락 속에서 민중신학을 탐구했다는 점이다. 안병무가 민중의 개념적 정의를 회피했다면, 저자는 한국 근현대사에서 민중이 지니는 중요성을 조명하며, 이를 사건과 증언의 관점에서 분석한다. 즉, 이 책은 독자들에게 단순한 신학적 지식의 전달을 넘어서, 민중신학을 사회적 및 역사적 맥락에서 이해하고 그 의미를 재해석할 기회를 제공한다.

 

구체적으로 이 책은 ‘공’, ‘민중 메시아론’, ‘부활’, ‘교회’ 등의 주요 개념들을 다루면서, 복잡한 신학적 풍경을 안내하는 ‘개념 지도’의 역할을 한다. 주로 서남동의 ‘합류’ 신학과 안병무의 ‘사건’ 신학을 중심으로 풀어냈다. 특히 ‘민중 메시아론’에 대해서는 여러 신학자의 비판적 논의를 점진적으로 그려냄으로, 다양한 학자들의 견해를 간추린 ‘개념 지도’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했다. 저자는 백과사전식의 설명보다는, 자신의 관점에서 학자들의 다양한 입장을 정리하며 민중신학을 이해하는 길을 안내하는 선생의 역할을 잘 감당하였다. 다만, 저자의 해석과 가지치기가 일부 독자들에게는 개념을 너무 단순화시키거나 특정한 해석에 제한을 둘 수 있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닐 수 있겠다.

 

이 책을 통해 필자는 민중신학과 생태신학 간의 연결고리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두 신학의 주요 공통점은 지구상에서 가장 취약하고 소외된 이들, 생태계의 소리를 듣는 데 있으며, 우리 모두의 아픔과 고통의 근원이 되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성찰과 실천적 대응을 모색한다. 구체적으로, 4강에서 안병무의 ‘공’ 사상에 입각한 인간의 노동에 대한 서술은 인간이 생태계의 일부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생태신학과 연결된다(p91). 죽임이 아닌 살림의 신앙을 추구하는 성격 또한 닮았다(p158).

 

그러나 민중신학은 탈서구적, 반신학, 탈신학적인 매우 급진적 경향을 띠지만, 생태신학은 신학의 다양한 담론 속에서 탈인간중심주의 및 모든 생명의 상호 연결성과 가치를 강조함으로, 비교하자면 민중신학보다는 덜 급진적인, 더 온순하고 포용적인 성향을 띤다. 따라서 민중신학이 자본주의의 폐해와 기후 비상사태,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현대적 도전에 어떻게 적극적으로 응답해 갈지, 앞으로의 민중신학과 그 급진적 담론들이 기대된다.

 

필자가 영감을 받은 것처럼,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민중신학의 개념을 이해하고, 이론적, 실천적 상상력을 펼쳐 나가길 바란다. 또한 이 책이 민중신학의 가치와 중요성을 알리는 민중신학의 안내서로 자리 잡아 많은 이들에게 앎의 기쁨을 주고, 민중신학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펼쳐갈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감당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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