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 특별 연재] 인터뷰 : 그대를 찾아서(강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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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그대를 찾아서 11



강윤아(청소년극 연구자)



이 연재는 서울 장충동 경동교회 중고등부의 91년 예술제인 뮤지컬 <그대 버려졌나>의 참가자들을 만나서 인터뷰하는 프로젝트이다.

9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낸 이들이 당시 공연 체험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고 그것이 40대가 된 현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탐색하는 작업이다. [경동 예술제, “그대 버려졌나” 그리고 이 프로젝트의 배경에 대해서는 본 연재의 초반에 소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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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는 “그대” 당시 고1이었고 극중 탕자 아버지 역할을 맡았다. 현재 우리나라 어느 치과대학병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인터뷰는 2020년 여름 전화로 실시하였다. 아래 대화에서 K는 나다. H와의 어린 시절 친분으로 서로 격식을 차리지 않았다.

 

K: 공연 영상을 보니 어땠어요?

H: 다시 보면서 짠 하더라고. 진짜 그럴 때가 있었구나 생각도 들고. 어렸을 때 신우회 멤버들 모습을 보니까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면서 뭉클하더라고 […] 당시에 강남의 D 학교를 다녔는데 입시가 굉장히 중요했기 때문에 이런 교회 예술제 공연 활동을 한다는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니까 부모님이 걱정을 하셨던거 같아. 성적이 굉장히 중요한 때였던거 같은데… 예술제 연습도 굉장히 열심히 하고 학교 공부도 열심히 했던거 같아. 그래서 오히려 성적이 오르는 기현상이 있었는데 (웃음) 농구하고 교회 다니고 예술제 준비하고 공부하고 그렇게 세 가지 밖에 없었던거 같아 그 때는. 옛날이다 옛날. 내가 그 때 왜 그렇게 열심히 치열하게 했냐 하면 그 때 내가 고1이었고 고2, 고 3 때는 대입 준비를 더 해야 된다는 생각 때문에… 고1때 내가 열심히 좀 잘해보자. 고2 누나들도 친하고 그러니까 열심히 도와보자. 고2 누나들이랑 친했어. 내가 좋아하는 누나들이었어. 

K: 친하니까 열심히 해보자는게 어떤 마음이지?

H: 우리가 교회 다니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부모님이 다니셨던 교회라서 어려서부터 친했던 친구들이랑 다니는 교회이기 때문에. 흔히 친구 때문에 교회 다닌다는 얘기가 있잖아. 그런 의미지. 친한 누나들 그리고 어려서부터 잘 알던 동생들이랑 함께 한다는. 동고동락. 라면 끓여먹고 밤 늦게까지 하는게… 좋잖아. 

K: 그 자체가 재미있는거지.

H: 그지. 그 자체가 재미있지. 어려서부터 친하고 잘 알던 신우회 친구들이고 선후배니까… 그냥 학교 선후배랑은 다른 개념이지. 가족 같은 개념이지 어떻게 보면. 

K: 대학 이후에도 어른이 되어서도 좋은 모임들이 있는데 신우회 때처럼 가족 같지는 않은 것 같기도 해. 

H: 맞아. 그런 어렸을 때 추억들을 찾아서 되새기면서 살아가는데 […] 대학 때는 신우회 랑은 느낌이 다른게 확실했고 대학 들어가고 다 자기 길을 가게 된거지. 그때부터는 가족 같은 코이노니아는 쉽지 않은거였지요. 

[…] 

K: 그런데 강남 D고의 문화에서는 사실 그냥 공부만 잘 하면 되는거잖아. 

H: 그렇지. 공부만 하면 되는 분위기지. 

K: 그래도 오빠는 교회 활동을 하는 것도 중요했던거지? 

H: 그렇지. 참고로 D고에서 서클 그러니까 동아리 활동이 되게 활발했었는데, 나는 그걸 하지는 않았으니까. 대신 교회에서 예배 드리고 신우회 참가하고 예술제 준비하는게 나한테는 어떻게 보면 과외 활동이었던거지. 

[…] 

K: 중고등부의 일들이 신앙 활동이었다고 기억해요 아니면 과외 활동이었다고 느껴져요?  

H: 신앙 활동과 과외 활동을 떨어뜨려 생각할 수는 없는거거든. 왜냐하면 코이노니아도 몸으로 드리는 예배에 포함되니까. 기도하고 말씀 읽고 그거만 신앙 활동이라고 얘기하기는 힘든거지. 두 가지를 분리하기는 어려운거 같아.

[…] 

K: 공연이나 공연할 당시 생활에 대해서 더 기억나는 점이 있다면?

H: 그 때 추억들이 인생을 살아갈 때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아.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살잖아. 어렸을 때 좋았던 기억과 분위기와 환경. 그런 향수를 감사하고 있어. 경동교회만의 자유스러움과 문화 활동에서 느끼는 즐거움과 교제… 함께함의 풍성함이라고 얘기해야 되나? 그 세 가지 정도가 [대학 졸업 후 유학생활 할 당시] 미국에서 다녔던 교회를 선택할 때 도움이 되었던거 같아. 그런 분위기가 있는 공동체나 교회를 정말 찾고 싶었던 것 같아. […] 찾기가 쉽지는 않은데, 지금은 찾은 것 같아. 그런 면에서 나는 되게 복 받은 것 같아. 

K: 추억을 크게 자유로움, 문화적 즐거움, 풍성한 교제 이렇게 표현을 했는데 […] 그러한 것들이 묘하게 섞여 있었지. 

H: 맞아. 이게 한 데 어우러지지 않으면 그렇게 좋은 추억들이 쉽지 않지요. […] 아무튼 그런 것이 나는 좋아 보였고 늘 그런 교회와 공동체를 찾아다녔었거든.

 

H가 현재 다니는 교회와 옛날 경동교회 중고등부의 공통점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K: 오빠가 계속 교회 얘기를 하는 것이 재미있는데… 뭔가 신우회나 “그대”가 결국은 오빠가 일관되게 추구하거나 찾아온 교회 내지는 예배의 모델? 이런 거였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 

H: 음… 그치… 교회의 원래 모습… 그런 거를 찾는데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신우회랑 예술제 때문이라기 보다는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것 같아. 인과관계는 아니지만 상관관계는 있는거지. 

K: 교회를 찾는 과정에서 영향을 제일 많이 받은 것 같은데… 그럼 혹시 교회 밖의 삶에 있어서 그 사건이 영향을 준 바가 있는지? 

H: 아까 얘기 했던 것들이 학교 공부, 교회, 운동인데… 사람이 사는데 전인격적으로 성장하는거. 호울 맨(whole man)이라고 말하는데, 누가복음 2장 52절 말씀처럼 학문적, 신체적, 영적, 사회적 영역 네 가지가 균형있게 성장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 지혜가 자라는거는 학문적인 영역에서 중요한 거고 키가 자란다는거는 신체적인 거고 하나님과의 관계는 신앙적인 거고 사람과의 관계는 사회 생활이지요. 축은 항상 영적인거지요. 예를 들어 대학교수인 내가 학문적으로도 발전해야 되고 사회적으로 사람들과의 관계성도 중요하잖아. 그리고, 삶을 좀 다양한 면에서 누리는 데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된 거 중에 하나가 운동이거든. 운동이라는거는 사실 하나의 방편 중 하나인데. 그 때 내가 농구를 좋아했는데 지금도 농구를 하고 있거든. 내 나이 때 농구하는 사람 없거든. 골프 치거나 아니면 운동 안 하거나. 나이가 들었는데도 꾸준히 즐겁게 한다는거지. 물론 내가 좋아하는거니까 하는거긴 한데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중요하거든. 학생들이랑 젊은 사람들이랑 친해지고 싶으면 농구나 요즘 학생들이 좋아하는걸 하는 개념이지. 

K: 그러니까 사회적인거랑 체력적인게 둘 다 중요한데 농구에서는 두 가지가 분리가 안 된다는거지. 

H: 그렇지. 영적인 것 외에도 그런 문화 생활… 내가 하고 싶은걸 꾸준히 할 수 있다는게 감사해. 어떻게 보면 당시 교회 생활도 취미 생활로 했을 수 있잖아. 

K: 그러니까 신우회 예술제 등의 활동에 영적인 부분은 당연히 있는거지만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부분도 있고 그게 오빠가 계속해서 중요하게 생각해온 영역들에 포함이 된다는거지. 

H: 그렇지. 

K: 재미있네. 

H: 근데 그게 어느 쪽에 너무 치우치지 않게 균형있게 발전을 해야되고. 그런걸 나는 좀 중요하게 생각해. 가정적인 면도 되게 중요하거든. 요즘 삶의 질 워라벨이라고 강조 많이 하잖아. 그게` 중요한거같아 점점. 

K: 맞아. 재미있다. 마침 가족 얘기가 나왔는데…  사실은 지난 주 통화에서 오빠가 그랬잖아. 신우회나 예술제 같은 경험이 중요하다고 느껴져서 오빠네 애기들도 그런 체험을 하게 해주고 싶다고. 그게 어떤거지? 

H: 응. 그런 곳을 계속 찾고 있는데… 예를 들면 대안학교 같은… 애들 계속 공부만 시킬거면 강남에 보내거나 유학을 보내야 할 것 같은데 그러기는 싫고… 한국에서 그런 자유롭고 인성과 지성과 체력적인 교육을 시킬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겠어… 애들 막 계속 공부만 시키는게 아니라 전인(全人)이 될 수 있는… 전인격적인 그런 데를 계속 찾고 있어.

K: 그런 데가 잘 없어. 

H: 찾기 어렵지. 그런 곳이 있다고 해도 우리 사회에서는 잘 용납을 안 하는 것 같아. 이렇게 좀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그래서 좀 아쉽긴 하지요. 그래도 부모로써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은 해야지. 그런 분위기에서 자랄 수 있도록. 계속 고민하고 찾아보는거지. 

K: 그러면 신우회가 우리에게 있어서 뭔가 대안적인 교육이기도 했던걸까? 

H: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것 같아. 우리 때는 실질적인 대안학교들이 거의 없었고 그런 면에서 신우회나 예술제가 공부나 입시 위주의 분위기에서 대안을 제시해줄 수 있는 또 하나의 학교 역할을 해 줬던 거 같아. 감사하게도 돌아보니까 그렇다는거지요. (웃음) 지금도 그런 부분… 진정한 대안 교육을 찾고, 계속 고민하고 있고 기도하고 있어요. 

(끝)


ⓒ 웹진 <제3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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